여론조사 결과 "건설적 대안 제시 실패가 원인"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대통령 당선자)의 크렘린 복귀와 선거 부정 등에 항의하며 확산됐던 러시아 야권의 반정부 시위가 시들해지고 있다고 현지 유력 일간 '코메르산트'가 22일 보도했다.

신문은 현지 여론조사 전문기관 '브치옴(VTSIOM)'의 최근 조사 결과를 인용해 야권의 저항 운동이 침체기로 접어들고 있으며, 3월 4일 대선 이후 열렸던 야권의 항의 시위에 무관심하거나 부정적인 평가가 많아졌다고 전했다.

VTSIOM이 지난 17~18일 러시아 전역의 주민 1천6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야권 시위의 절정기가 지나갔고 저항 분위기가 가라앉고 있으며 시위가 곧 멈출 것'이라는 전망에 동의한 응답자가 38%에 달했다.

39%의 응답자는 '야권 시위가 계속되겠지만 예전처럼 대규모로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9%의 응답자만이 '야권 시위의 인기가 더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선 결과 재검토를 요구하는 시위에 참가하겠다고 답한 사람은 7%에 불과했으며, 31%는 그같은 요구가 정당하긴 하지만 시위에는 참가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대선 결과 재검토 요구가 근거가 없다고 주장한 응답자도 49%에 달했다.

또 '대선 이후 벌어진 야권 시위들이 어떤 감정을 불러 일으키는가'란 질문에 응답자의 32%는 '무관심하다'고 답했고, 19%는 '화가 난다', 18%는 '미래가 불안하다'는 등으로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희망감을 준다', '공감한다', '미래에 대해 확신을 느꼈다' 는 등의 긍정적 답변을 한 사람은 각각 10%, 9%, 3%로 상대적으로 적었다.

VTSIOM 대표 발레리 표도로프는 10만명 이상이 참가할 정도로 고조됐던 저항 분위기가 이처럼 가라앉은 이유에 대해 시위를 위한 잠재적 동기가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시위 주최측은 '정직한 선거'를 대표 구호로 내걸었으나 대선 과정에서 정권이 투표소에 선거부정 감시를 위한 웹카메라를 설치하고 참관단을 늘리는 등으로 적절히 대응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두번째 이유는 지난해 12월 총선 결과와는 달리 (푸틴 대통령 당선자가 60% 이상의 득표율을 보인) 대선 결과는 의혹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표도로프는 또 앞선 시위들이 많은 사람들에게서 소련 붕괴와 생활환경 파괴, 불공정한 제도 구축 등으로 이어진 1990년대 초반의 시위를 연상시킨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야권 시위를 이끈 대표 인사 가운데 한 명인 좌파 성향 지도자 세르게이 우달초프는 "건설적 프로그램을 대중들에게 제시하는데 실패했다"고 인정하면서 "크렘린이 전개한 대응 선전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cjyo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