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드플래시 삼국지…한국 이번에도 '승자 독식'?
한·미·일 반도체업체 간 ‘낸드플래시 삼국지’가 본격화하고 있다. 올해 규모에서 D램을 추월할 낸드 시장을 놓고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가 10조원가량을 퍼붓기로 하자 일본 도시바, 미국 마이크론이 추격에 나섰다. D램 전쟁에서 이겨 자금 사정이 넉넉한 한국 업체들은 휴대폰 등 모바일 기기에 들어가는 낸드에서도 같은 구도를 만들어낸다는 전략이다.

10여개 기업이 생산하는 D램과 달리 낸드 생산업체는 5~6개에 불과하다. 그 중 삼성전자와 도시바, 하이닉스, IM플래시(마이크론과 인텔의 합작사) 등 빅 4가 시장의 99%를 차지한다. 이런 시장 구도가 올해에서 내년 사이 흔들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빅 4가 앞다퉈 막대한 투자에 나서고 있어서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 낸드 공장을 지어 내년 말 생산을 시작한다고 지난 21일 발표했다. 투자액은 5조~6조원에 이른다. 삼성은 지난해 하반기 화성 신규라인 가동을 시작해 웨이퍼 기준 매월 36만장을 생산하고 있다. 올해 말 50만장, 중국 공장이 완공되는 내년 말엔 70만장을 생산할 수 있다. 삼성은 또 고객 주문에 맞춰주는 임베디드 낸드 시장 공략을 위해 비메모리칩인 컨트롤러 개발에도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고 있다.

하이닉스도 올해 투자액 4조2000억원 중 55%인 2조3000억원을 청주공장 라인 증설에 투입하기로 했다. 내년 중 라인이 완공되면 13만5000장 규모인 생산능력이 25만장에 달하게 된다.

도시바는 올해 2조5000억원(21억달러)을 라인 개·보수에 투자, 32만장 수준인 생산량을 44만장까지 늘릴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지난해 대지진으로 피해 여파로 새 라인 증설 계획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향후 낸드는 임베디드 방식이 주를 이룰텐데 도시바가 컨트롤러 투자를 늘릴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도시바의 낸드 판매량 중 임베디드 비중은 삼성에 비해 20~30%포인트 뒤지는 50% 수준으로 알려졌다.

마이크론은 투자파트너인 인텔을 잃었다. 2006년 합작해 세운 IM플래시의 인텔 지분을 6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권오철 하이닉스 사장은 “인텔이 더 이상 낸드에 투자하지 않는다는 의미”라며 “마이크론이 혼자 D램과 낸드에 투자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낸드 시장이 거대한 변곡점을 맞고 있다”며 “전반적인 상황은 한국 업체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낸드와 D램은 메모리 반도체다. D램은 전원이 꺼지면 저장했던 정보가 사라지지만 낸드는 남는다. 이 때문에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스마트기기와 MP3 디지털카메라 등은 낸드를 쓴다. 여기에 하드디스크를 대체할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가 확산되면서 낸드 시장이 급격히 커지고 있다.

세계반도체무역통계기구(WSTS)는 낸드 시장 규모가 올해 340억달러로 커질 것이란 보고서를 내놨다. 올해 330억달러 규모로 예상되는 D램을 추월한다는 얘기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