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50 뚫기 힘들다" vs "올 2300 넘어선다"

증시가 ‘게걸음’을 하고 있다. 21일 코스피지수는 14.92포인트(0.73%) 하락한 2027.23으로 마감했다. 2050을 눈앞에 두고 등락을 거듭하면서 낙관론 일색이던 증권업계에 신중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해 ‘올 1분기 고점’을 예상했던 조윤남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신중론으로 돌아섰다. 기업 실적이 빠르게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반면 박건영 브레인투자자문 대표는 “올 코스피지수는 2300까지 오르고 강세장은 2013년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남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44)은 지난해 말 올 증시를 전망할 때 증권업계에서 보기 드문 1분기 강세론자였다. 1분기가 거의 다 끝나가는 지금 그는 신중론자로 변했다. 작년 말에 짜놨던 “1분기에 정점을 찍고 등락을 거듭하며 횡보할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대체로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조 센터장은 “1분기에 코스피지수가 2150까지 상승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2분기부터는 추가 상승 여력이 현저하게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지수 흐름을 콕 집어 예상하기는 어렵지만 2150선 이상으로 추가 상승할 수 있는 여력이 많지 않다는 점은 확실하다”고 덧붙였다.

조 센터장이 2분기 이후 증시 전망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는 것은 최근 증권가의 낙관론이 다소 과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는 “지금부터 2~3개월 뒤에는 미국 경기가 일시적으로 둔화될 가능성도 있다”며 “미국 유럽 중국의 사정이 다 달라 2009년처럼 세계적으로 경기 부양이 이뤄질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일부에서 내놓는 “기업 실적 개선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질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그는 선뜻 동의하지 않았다. 조 센터장은 “만약 예상대로 2분기에 조정이 올 경우 미국이 3차 양적완화(QE3)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며 “시장에 달러가 풀리며 원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기업 실적 개선 속도는 예상보다 오히려 둔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2분기 이후 투자 비중을 확대할 업종으로는 자동차와 은행 등 내수주를 꼽았다. 그는 “글로벌 증시가 2분기에 조정받을 경우 안전자산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일시적으로 엔화가 강세를 보일 수 있다”며 “이 경우 최근 6개월간 수익률이 지지부진했던 자동차가 상승세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은행 등 내수주는 글로벌 경기 부진에 대비하기 위한 일종의 ‘보험’ 성격이다. 2분기 조정이 본격화되면 비중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

건영 브레인투자자문 대표(45)는 요즘 투자 설명회를 통해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2분기 이후 강세장이 올 것”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연내 코스피지수가 최고 2300까지 오를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증권업계에서 2분기 이후 코스피지수 상한선을 2200 이상으로 예측하는 곳은 많지 않다. 이와 비교하면 박 대표는 상당한 강세론자다. 그는 한발 더 나아가 “기업 실적이나 자기자본이익률(ROE) 개선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질 경우 2분기 이후 연내에 2300을 넘어설 수도 있다”며 “코스피지수 우상향 추세는 2013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박 대표가 이렇게 예상하는 것은 글로벌 경기 개선 흐름이 내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는 “세계 경기가 1분기를 저점으로 2013년까지 꾸준히 호전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글로벌 유동성 추가 유입과 관련해서는 “유동성 유입이 쉽게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 대표는 “유럽에서 풀린 유동성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나오기 위해서는 9개월에서 1년 정도 걸릴 것”이라며 “하반기에 유동성이 본격적으로 공급되면서 상승세에 불을 붙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의 강세론에는 유의해야 할 점도 있다. 박 대표는 “다음달 시작되는 1분기 실적시즌부터는 이익이 좋아지는 기업과 나빠지는 기업 간에 확실한 차별화가 진행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가 꼽은 2분기 이후 유망 업종 1, 2순위는 전기전자와 건설이다. 삼성전자는 1분기 영업이익이 시장 컨센서스(약 4조3000억원)보다 1조원 많은 5조3000억원까지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건설은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이 완화되고 해외 수주가 늘어나면서 실적 개선폭이 클 것으로 전망했다.

작년 증시를 주도했던 화학과 정유 업종은 올해 좋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 근거로 최종 제품 가격이 유가 상승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점을 들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