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지점을 찾아가 채권을 사는 개인들이 다시 늘고 있다. 경기 회복 기대로 기업 부도 위험이 줄어들면서 은행 예금보다 높은 금리 매력이 부각된 덕분이다. 거액 자산가들은 금리가 낮더라도 절세효과가 있고 인플레이션 위험까지 피할 수 있는 물가연동국고채(이하 물가채)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개인 회사채 투자 9분기 만에 최대
2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전날까지 증권회사를 통해 개인들이 순매수한 회사채(비은행 금융채 포함) 금액은 9217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60.3% 급증했다. 분기별로는 2009년 4분기 이후 9분기 만에 최대 규모다. 작년 3분기(4266억원)와 비교하면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개인들의 회사채 매입은 2009년 1분기부터 작년 3분기까지 2년 넘게 완만한 감소 추세를 보였다. 리먼브러더스 파산 여파로 연 9%대까지 뛰어올랐던 신용등급 ‘A’인 회사채 금리가 빠르게 떨어지면서 고수익을 노린 투자 수요가 줄어든 탓이다.
올 들어 경기 회복 기대감이 커지면서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손민형 대우증권 채권영업부 차장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적지 않은 기업들이 워크아웃에 들어가 안심하고 회사채에 투자하기 어려웠는데 최근 이런 우려가 완화되는 분위기”라며 “은행 정기예금보다 금리가 높으면서도 안전한 회사채에 돈을 넣어두려는 수요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개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A’ 신용등급 회사채(3년 만기)는 최근 연 4.5%에 거래되고 있다. 4대 시중은행의 36개월 정기예금 금리는 연 3.7~3.8%다. 일반 정기예금 금리보다 0.7~0.8%포인트 높은 셈이다.
◆거액 자산가는 물가채 선호
거액 자산가들은 수익성보다 안전성에 초점을 두고 물가채 등 장기 국채 매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올 1분기 중 증권사를 통한 개인들의 국채 순매수 금액은 4388억원으로 지난해 4분기(2780억원)보다 57.8% 증가했다. 2009년 이후 3년간 분기별 평균 순매수 금액이 572억원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가파른 증가세다.
최훈근 동양증권 FICC상품팀장은 “거액 자산가들은 최근 물가채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금리가 낮은 대신 이자소득세를 적게 물어도 되고, 물가가 오르면 과세 대상이 아닌 채권 원금이 늘기 때문에 자산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10년 만기 물가채는 최근 연 1.1% 수익률에 거래되고 있다.
지성구 한화증권 소매채권팀장은 “고객들에게 신용등급 상향 가능성이 높고 안전한 종목들을 제시하고, 효과적인 채권 투자전략을 제안해 판매를 늘려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물가연동국채
투자 원금이 물가에 연동해 변하는 국채. 물가가 오르면 물가 상승률만큼 채권 원금이 증가해 물가 상승에 따른 원금 가치 하락을 막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