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3000만원으로 '유학효과'…국제학교 보내볼까
미국 캘리포니아주 팰러앨토의 멘로스쿨에 6년간 다니던 김준석 군(15)은 지난 1월 인천 청라지구의 외국인학교 청라달튼스쿨로 전학왔다. 김군의 아버지 김지명 씨(47)는 “비용도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고 아이에게 한국인으로 정체성도 심어줄 때가 됐다고 판단해 전학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외로움에 자살로 치닫는 경우까지 발생하는 ‘기러기아빠’ 문제, 연간 5조원을 돌파한 유학·연수 비용 등 조기유학이 낳는 부작용이 심심찮게 불거지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들에 대한 대안으로 외국인·국제학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동남아 학생들도 타깃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영어 등 외국어로 수업을 진행하는 유치원, 초·중·고교 과정 교육시설은 3월 현재 국내에 총 55곳이 있다. 이 교육시설들은 초·중등교육법상 각종 학교로 분류되는 ‘외국인학교’와 외국교육기관 설립·운영에 관한 특별법의 적용을 받는 ‘외국교육기관(통칭 국제학교)’으로 나뉜다.

외국인학교는 원칙적으로 부모 중 한 명이 외국인이어야 입학이 가능하지만 외국 거주 3년 이상 내국인을 정원의 30%까지 받을 수 있다. 전국에 50곳이 운영 중이며 올해 8월 상암동에 드와이트스쿨, 내년 포항에 포항외국인학교 등이 개교 예정이다. 50곳 중 국내 학력을 인정받는 학교는 청라달튼스쿨이 유일하다.

외국교육기관은 외국 거주 요건은 없지만 제주 외 지역 국제학교는 정원의 30%까지만 내국인을 받을 수 있다. 외국교육기관 재학생은 국어·역사 등 한국 관련 과목을 1주일에 2과목 이상, 각각 2시간 이상 들으면 국내 학력을 인정받는다.

제주영어교육도시에는 공립인 KIS제주와 영국계 NLCS제주가 운영 중이며 오는 10월 캐나다계 사립 여학교 브랭섬홀아시아가 개교할 예정이다.

379만의 부지를 확보하고 있는 제주영어교육도시는 2015년까지 총 12개 영어전용 국제학교를 유치할 계획이다. 현재 윌브라엄앤몬슨아카데미, 퍼키오먼스쿨 등 미국계 사립학교 6곳이 설립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영어교육지역 외의 국제학교는 채드윅송도국제학교(인천 송도지구)와 대구국제학교가 있다. 이태진 교과부 글로벌정책과 주무관은 “유학 대체 효과가 크고 중국과 동남아시아 학생들도 관심이 높아 증가 추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 3000만원으로 '유학효과'…국제학교 보내볼까
○높은 내국인 비율은 고려해야

외국인·국제학교가 관심을 끄는 중요한 이유는 상대적으로 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이다.

미국 뉴욕주 사립학교 달튼스쿨의 교육과정을 그대로 도입한 청라달튼스쿨의 1년 등록금은 약 2110만원. 기숙사비를 합치면 3000만원을 조금 넘는다. 미국 달튼스쿨의 연간 등록금은 4200만원으로 주거비 등 생활비를 더하면 1년에 1억원 가까운 비용이 든다. 3분의 1 수준이다.

북미·유럽 등 선진국의 사립학교들이 직접 설립하거나 그 교육과정을 그대로 도입했다는 점 역시 장점으로 꼽힌다. 1919년 설립된 달튼스쿨은 작년 포브스지 학교평가에서 13위를 차지했다. NLCS제주의 본교인 영국 노스런던컬리지잇스쿨은 1850년 설립됐으며 지난해 파이낸셜타임스(FT) 세계 기숙학교 랭킹에서 3위를 차지했다.

문일남 NLCS제주 마케팅팀장은 “다른 국제학교들 역시 명문 사립학교들의 창의·체험 교육과정을 그대로 도입해 학부모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 역사가 짧아 확실한 성과가 나오지 않았다는 점, 일부 국제학교는 내국인이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점 등은 고려해야 할 요소다.

국제학교 중 가장 역사가 긴 대구국제학교도 2010년 9월 개교해 아직 졸업생을 배출하지 못했다. 내국인 비율 제한을 두지 않은 KIS제주와 NLCS제주는 2011학년도 입학 인원의 80% 이상이 내국인이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