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적합업종 지정ㆍ대형마트 영업제한…"산업정책도 복지 논리로 접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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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1 총선 공약 평가 - (3) 기업정책 부문
자유경쟁·적자생존 위배
기초생활수급자 지원하듯 '기업 빈곤층'에 퍼주나
징벌적 손배제 도입 논란
불공정거래·부당단가 인하, 개념자체가 분쟁대상 될 수도
자유경쟁·적자생존 위배
기초생활수급자 지원하듯 '기업 빈곤층'에 퍼주나
징벌적 손배제 도입 논란
불공정거래·부당단가 인하, 개념자체가 분쟁대상 될 수도
‘자유경쟁과 적자생존.’
한국경제신문 총선공약평가단이 정치권의 기업 정책을 판단한 기준은 명확했다. 정부의 보호라는 ‘인공호흡기’로 연명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경제 원리에 따라 경쟁력 있는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는 제도적 여건을 중시했다. 이 같은 측면에서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내놓은 기업 관련 총선 공약은 대체적으로 자유로운 기업활동을 제약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대형 유통업체의 영업 제한, 하도급업체의 대기업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권 보장 등이 시장경제 원칙에 위배되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혔다.
○중기정책을 ‘복지’로 접근하면 안돼
양당의 중소기업 보호관련 정책은 어느 정도 필요성을 인정받았지만 무조건적인 보호정책은 오히려 기업생태계를 망가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시장에서 도태된 기업을 ‘상생’ 차원에서 인위적으로 지원할 경우 자생력이 약해진다는 이유에서다.
새누리당은 △대기업의 중소기업업종 진출규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등 집단소송제 도입을 대표 공약으로 내놨다. 민주당도 △불공정거래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중소기업 적합업종 확대 강화 △중소기업단체에 하도급 분쟁 조정협의권 인정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에 대해 최광 한국외국어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소기업을 육성하는 것은 그들의 경쟁력을 얼마나 잘 살려줄 수 있을지를 살펴봐야 하는데 지금 정치권에서 내놓는 정책은 오로지 기업복지 차원”이라며 “마치 기초생활수급자를 결정하듯 ‘기업빈곤층’을 지정하겠다는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불공정’의 개념 모호
평가단은 또 여야가 공통으로 대기업과 하도급업체 간 불공정거래가 있을 경우 하도급업체가 대기업에 대해 손해액의 3배까지 ‘징벌적’인 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공약한 데 대해 혹평을 내렸다. 새누리당은 불공정거래 행위의 판단 기준을 ‘부당 단가인하’로 국한시켰지만 민주당은 ‘불공정거래 행위’라는 포괄적 표현으로 확장해놓은 상태다. 평가단은 이에 대해 ‘부당단가 인하’와 ‘불공정거래 행위’라는 개념 자체가 분쟁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진권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는 “하도급업체가 대기업으로부터 받는 납품 단가가 ‘부당’하다는 기준 자체가 모호하다”며 “두 기업 간 거래 가격은 수요와 공급, 시장의 상황에 따라 형성되는 것이기 때문에 ‘부당’이라는 도덕적 개념이 들어갈 여지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일감 몰아주기 제재는 엇갈린 평가
대기업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제재도 이번 총선에서 정치권의 대표적인 공약으로 나왔다. 새누리당은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기준을 친족의 지분율 20% 이상으로 정하고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형사고발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이에 대한 평가단의 의견은 엇갈렸다. 민경국 강원대 경제학과 교수는 “편법 상속을 목적으로 하는 일감 몰아주기는 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최광 교수는 “사적인 거래 영역에 국가가 개입하는 것은 시장경제원칙에 어긋난다”고 반박했다.
○유통업체 영업제한, 소비자 주권 침해
골목상권과 중소상인들을 보호한다는 명목 아래 만든 대형 유통업체 규제 정책이 소비자 주권을 침해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새누리당은 대형 유통업체의 중소도시 진입을 한시적으로 금지하자는 공약을 내걸었다. 민주당은 대형 유통업체의 영업시간 제한을 확대하자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영봉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특히 새누리당 안에 대해 “중소도시에 사는 시민들은 소비자 편익을 누리지 말라는 이야기와 다를 바 없다”며 “그런 측면에선 대도시와 중소도시 간 균형발전도 저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공약에 대해서도 현실성이 없다고 판단하긴 마찬가지였다. 민경국 교수는 “대형 유통업체의 영업시간을 더 줄인다고 해서 소비자들이 중소 유통업체에서의 구매를 늘린다는 보장이 없다”며 “오히려 소비자들이 대형 유통업체를 이용하는 시간을 스스로 조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반면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재래시장을 보호해서 소비자들이 대형 유통업체 외에도 다른 곳에서 물건을 구매할 수 있도록 선택의 폭을 넓히는 것이 오히려 소비자 주권을 보호하는 길”이라고 반박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한국경제신문 총선공약평가단이 정치권의 기업 정책을 판단한 기준은 명확했다. 정부의 보호라는 ‘인공호흡기’로 연명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경제 원리에 따라 경쟁력 있는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는 제도적 여건을 중시했다. 이 같은 측면에서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내놓은 기업 관련 총선 공약은 대체적으로 자유로운 기업활동을 제약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대형 유통업체의 영업 제한, 하도급업체의 대기업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권 보장 등이 시장경제 원칙에 위배되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혔다.
○중기정책을 ‘복지’로 접근하면 안돼
양당의 중소기업 보호관련 정책은 어느 정도 필요성을 인정받았지만 무조건적인 보호정책은 오히려 기업생태계를 망가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시장에서 도태된 기업을 ‘상생’ 차원에서 인위적으로 지원할 경우 자생력이 약해진다는 이유에서다.
새누리당은 △대기업의 중소기업업종 진출규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등 집단소송제 도입을 대표 공약으로 내놨다. 민주당도 △불공정거래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중소기업 적합업종 확대 강화 △중소기업단체에 하도급 분쟁 조정협의권 인정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에 대해 최광 한국외국어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소기업을 육성하는 것은 그들의 경쟁력을 얼마나 잘 살려줄 수 있을지를 살펴봐야 하는데 지금 정치권에서 내놓는 정책은 오로지 기업복지 차원”이라며 “마치 기초생활수급자를 결정하듯 ‘기업빈곤층’을 지정하겠다는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불공정’의 개념 모호
평가단은 또 여야가 공통으로 대기업과 하도급업체 간 불공정거래가 있을 경우 하도급업체가 대기업에 대해 손해액의 3배까지 ‘징벌적’인 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공약한 데 대해 혹평을 내렸다. 새누리당은 불공정거래 행위의 판단 기준을 ‘부당 단가인하’로 국한시켰지만 민주당은 ‘불공정거래 행위’라는 포괄적 표현으로 확장해놓은 상태다. 평가단은 이에 대해 ‘부당단가 인하’와 ‘불공정거래 행위’라는 개념 자체가 분쟁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진권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는 “하도급업체가 대기업으로부터 받는 납품 단가가 ‘부당’하다는 기준 자체가 모호하다”며 “두 기업 간 거래 가격은 수요와 공급, 시장의 상황에 따라 형성되는 것이기 때문에 ‘부당’이라는 도덕적 개념이 들어갈 여지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일감 몰아주기 제재는 엇갈린 평가
대기업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제재도 이번 총선에서 정치권의 대표적인 공약으로 나왔다. 새누리당은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기준을 친족의 지분율 20% 이상으로 정하고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형사고발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이에 대한 평가단의 의견은 엇갈렸다. 민경국 강원대 경제학과 교수는 “편법 상속을 목적으로 하는 일감 몰아주기는 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최광 교수는 “사적인 거래 영역에 국가가 개입하는 것은 시장경제원칙에 어긋난다”고 반박했다.
○유통업체 영업제한, 소비자 주권 침해
골목상권과 중소상인들을 보호한다는 명목 아래 만든 대형 유통업체 규제 정책이 소비자 주권을 침해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새누리당은 대형 유통업체의 중소도시 진입을 한시적으로 금지하자는 공약을 내걸었다. 민주당은 대형 유통업체의 영업시간 제한을 확대하자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영봉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특히 새누리당 안에 대해 “중소도시에 사는 시민들은 소비자 편익을 누리지 말라는 이야기와 다를 바 없다”며 “그런 측면에선 대도시와 중소도시 간 균형발전도 저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공약에 대해서도 현실성이 없다고 판단하긴 마찬가지였다. 민경국 교수는 “대형 유통업체의 영업시간을 더 줄인다고 해서 소비자들이 중소 유통업체에서의 구매를 늘린다는 보장이 없다”며 “오히려 소비자들이 대형 유통업체를 이용하는 시간을 스스로 조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반면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재래시장을 보호해서 소비자들이 대형 유통업체 외에도 다른 곳에서 물건을 구매할 수 있도록 선택의 폭을 넓히는 것이 오히려 소비자 주권을 보호하는 길”이라고 반박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