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캐피털, 작년 순익 최고 420% 늘었다
자동차 할부와 신용대출 등을 주요 업무로 하고 있는 캐피털사의 지난해 순이익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일부 캐피털 업체는 은행보다 많은 이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자동차 내수시장 판매가 주춤하자 캐피털사들이 이를 타개하기 위해 고금리 신용대출 사업을 확장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작년 순이익 전년보다 25% 급증

2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할부금융업을 하는 18개 캐피털사의 작년 당기순이익은 모두 8162억원으로 집계됐다. 2010년 순익 6527억원보다 25% 늘어난 것이다. 캐피털업계 전체 순이익은 2008년 5035억원, 2009년 5497억원에 이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총자산은 43조3800억원으로 2010년 36조3000억원에 비해 19.5% 늘었다.

'고금리' 캐피털, 작년 순익 최고 420% 늘었다
회사별로는 업계 1위인 현대캐피탈이 지난해 5074억원을 벌어들이며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이는 2010년 4890억원 대비 3.7% 증가한 것이다. 현대캐피탈은 같은 기간 부산은행(3983억원) 대구은행(3099억원) 등 지방은행은 물론 한국씨티은행(4653억원) SC은행(2719억원) 등 외국계 은행보다 이익을 많이 냈다. 현대캐피탈의 자산은 21조9100억원으로 SC은행 71조9500억원의 30.4%, 한국씨티은행 56조7100억원의 38.6% 수준에 불과하다.

나머지 캐피털사들도 일제히 순익이 뛰었다. 아주캐피탈(623억원)과 SC캐피탈(106억원)은 당기순이익이 2010년보다 각각 419.1%, 404.7% 급증했다. 롯데캐피탈(859억원), 하나캐피탈(433억원) 등의 실적도 상승세를 기록했다.

○대출자 절반 이상이 연 25% 고금리

캐피털업계 총자산 가운데 대출채권은 전체의 44.5%(19조3100억원)로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대출채권은 2010년 13조6100억원보다 5조7000억원 정도 늘었으며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약 7%포인트 증가했다.

캐피털업계 전체 영업수익(6조3100억원) 가운데 대출을 통해 이자로 벌어들인 수익은 2조6800억원(42.4%)으로 절반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자수익 비중은 2009년 35.2%, 2010년 39.8% 등으로 꾸준한 증가세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비슷한 신용도의 고객을 상대하는 저축은행 등의 영업이 주춤한 틈을 노려 캐피털업계가 대출 확장에 나섰다”고 말했다.

캐피털 업체들은 대출 고객에게 대부분 연 20% 이상의 고금리를 받고 있다. 롯데캐피탈은 연 25~29.9% 금리를 적용받은 대출자가 전체의 89.1%에 달한다. 아주캐피탈(64.0%) 하나캐피탈(63.4%) NH캐피탈(57.8%) 현대캐피탈(57.0%) 등도 대출을 이용한 고객의 절반 이상이 연 25% 이상 고금리를 물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캐피털업계가 규모에 비해 큰 돈을 벌고 있는 것은 본업이라 할 수 있는 할부금융과 리스보다 돈이 되는 고금리 대출을 크게 늘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