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아파트와 한옥이 충돌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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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치작가 서도호 씨, 22일부터 리움서 개인전
22일 삼성미술관 리움에서 개막하는 설치작가 서도호 씨(50)의 개인전은 급변하는 현대사회에서 집의 개념을 되짚어보는 이색 전시회다.
서울대 동양화과 졸업 후 미국 로드아일랜드 스쿨 오브 디자인과 예일대에서 회화와 조각을 전공한 서씨는 한국화가 서세옥 화백(83)의 장남. 대를 이어 한국화를 전공했으나 아버지의 그늘에 갇히게 될까봐 30대에 미국으로 건너가 물리적이고 정신적인 공간에 대한 고찰을 작품으로 형상화했다. 2001년 베니스 비엔날레, 2003년 이스탄불 비엔날레 등에 참가하며 국제 화단에서 주목을 받았다.
‘집 속의 집’을 주제로 한 이번 전시에는 자택인 성북동 한옥과 뉴욕, 베를린의 집을 모티브로 작업한 조각, 영상, 드로잉 등 40여점을 내보인다. 일일이 치수를 재 1 대 1 크기로 옮겨 놓은 거대한 ‘집’ 시리즈는 관람객의 시야를 압도한다.
전시장으로 향하는 경사로에 대형 문을 형상화한 작품 ‘투영’이 있다. 관람객을 작품에 반사시켜 집을 통해 자아를 찾는 여정을 암시한다. 유년 시절 추억이 담긴 성북동 한옥을 반투명 물질로 재현한 높이 15m의 ‘서울 집-서울 집’도 눈길을 끈다.
서씨는 “집은 개인이 갖는 최소한의 공간으로 자아와 타자, 문화와 문화, 안과 밖 등의 상이한 존재들의 관계가 형성되는 장소”라며 “때로는 정체성을 찾고 편협해진 자아를 일깨워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높이 18m의 3층 주택 뉴욕 타운하우스의 전면부를 푸른 천으로 제작한 ‘청사진’도 모습을 드러낸다. 천창에서 내려오는 푸른빛을 받은 건물이 투명하게 빛나며 색다른 감흥을 준다.
6개 채널로 구성된 영상 ‘완벽한 집-다리 프로젝트’는 서울과 뉴욕을 잇는 다리를 만들어 태평양의 조류와 풍력 등 자연 환경의 변화까지 고려한 주택이다. 유토피아적인 집을 실현하려는 인간의 욕망을 다룬 작품으로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인다.
그는 “건축적 개념을 예술 작품으로 전환함으로써 예술과 건축의 경계에 있는 작품세계를 관람객에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운명의 바람에 휩싸여 미국으로 날아온 한옥과 아파트의 충돌을 표현한 작품 ‘별똥별’, 미국 주택과 한옥을 통해 새로운 문화에 익숙해지는 상황을 묘사한 ‘집 속의 집’도 흥미롭다.
그는 “집은 과거와 현재, 상상과 현실, 개인과 집단, 순간과 영원의 경계를 넘나드는 공존의 징검다리”라며 “제가 서울, 뉴욕, 베를린에서 각기 다른 시간을 보낸 가옥을 통해 다양한 기억들을 불러 모았다”고 덧붙였다. 전시는 6월3일까지 이어진다. (02)2014-6900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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