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박스권 상단인 2050선의 저항을 받으며 게걸음 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증권업계에선 실적 기대가 최근 증시를 2050선까지 끌어올렸다며 실적 전망치 조정 추이에 초점을 맞출 것을 주문했다. 프리어닝 시즌에 들어선 만큼 실적 개선 종목들에 관심을 가질 만 하다는 조언이다.

20일 오전 11시 현재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0.19포인트(0.01%) 내린 2046.81을 기록 중이다. 장중 2050선을 재차 회복했으나 외국인 매물 부담에 소폭 후퇴한 모습이다.

증권가에선 최근 코스피지수 2050선 회복의 배경 중 하나로 실적 기대를 꼽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의 부진한 경제지표 등으로 이익 전망치가 하향 조정 기조를 이어왔지만, 올 들어 경기 회복 기대가 실리며 실적 추정치 감소 기조가 마무리됐다는 분석이다.

또한 바닥을 찍고 개선되고 있는 실적 전망치에 발맞춰 증시가 펀더멘털 확인 구간을 거친 후 상승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기대하고 있다.

동양증권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200개 분석대상 종목의 1분기 순이익 전망 합계치는 25조원을 기록, 전주 23조8600억원 대비 4.7% 개선됐다. 최근 3주 연속 상향 조정 기조를 이어간 결과다.

업종별로는 전자·부품, 반도체·장비 등 정보기술(IT) 하드웨어와 항공을 비롯해 은행, 증권, 생명보험 등 금융 업종 실적 추정치가 상향 조정됐다. 반면 조선, 소매·유통, 가스, 철강, 통신서비스, 정유 등의 업종 실적 전망치는 축소됐다.

김광현 동양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7월 이후 진행된 실적 추정치 하향 조정은 마무리된 것으로 판단되고, 경기민감주 중심의 1분기 전망치 상향 조정이 긍정적"이라며 "이후 전망치 변화 방향은 1분기 실적 결과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주 애널리스트들이 본격적으로 기존 실적 전망치를 조정하는 프리어닝 시즌으로 접어들었다는 점에서 전문가들은 실적 전망치 개선이 추가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또한 이 같은 흐름이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윤제민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1분기 영업이익 추정치가 최근 반등하고 있는데, 하락 강도 둔화에서 상승 반전으로 분위기가 바뀌고 있는 점이 긍정적"이라며 "증시가 프리어닝시즌으로 진입하면서 실적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질 수 있는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박성훈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적 전망치 개선 움직임이 추세로 자리를 잡을 경우 증시의 밸류에이션(실적대비 주가수준) 부담이 완화될 전망이고, 일부 업종 및 종목의 실적 개선과 주가 상승의 한계에서 벗어나 매기확산까지 기대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시장의 관심이 실적으로 쏠리고 있는 시점인 만큼 1분기 실적 개선 업종과 종목들에 관심을 가지는 전략이 바람직하다는 조언이다.

윤제민 연구원은 "최근 1개월 영업이익 개선률 상위에 속한 기업들의 최근 주가가 양호한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는 점에 비춰 시장은 이미 실적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하고 있다"며 "IT가 깜짝 실적(어닝 서프라이즈) 기대의 중심에 서 있을 전망이고, 다음으로는 증권, 은행 등 금융주가 주목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성훈 연구원 역시 "프리 어닝시즌으로 진입하면서 실적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질 수 있는 시점임을 감안할 때 우선 IT 하드웨어와 반도체, 금융, 음식료·담배, 운송, 전선 등 상대적으로 실적 개선이 뚜렷한 업종 중심의 매매전략이 바람직하다"고 당부했다.

동양증권에 따르면 종목별로 LG전자, 하이닉스의 순이익 전망치가 1개월 전(19일 기준) 대비 각각 32.5%, 22.7%씩 상향 조정됐다. 금융 업종에선 하나금융지주 순이익이 11.55% 개선됐다. 이 밖에 삼성전자, 신한지주 등 대표주들 역시 소폭 상향 조정됐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