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 때문에 안보 흔들어 … 장병희생 잊었나"
북한이 천안함 도발을 일으킨 지 오는 26일로 2년을 맞는다. 그렇지만 우리의 희생용사 유가족들은 공개 활동을 삼가고 있다. 언론과의 접촉도 극도로 꺼린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것도 가슴 아픈 일이지만 극히 일부라고 하더라도 이들을 곱지 않게 바라보는 시선이 있기 때문이다.

유가족을 대표해 인터뷰에 응한 이정국 천안함재단 자문위원(41·사진)은 19일 “‘돈 받아놓고 왜 떠드냐’고 하는가 하면 ‘돈 받았으니 입 다물라’ ‘천안함 장병은 패잔병’이라고 하는 등 온갖 공격을 받아 유족들이 엄청난 마음의 상처를 입어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운신의 폭이 좁다”고 했다.

심지어 유족들이 봉사활동을 하는 것도 입방아에 오르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탄했다. 고(故) 최정환 상사의 매형인 그는 초대 유가족협의회 대표를 맡아 사고 뒤처리를 하면서 가족들을 챙겼다. 그는 “유가족 가운데 아직까지 식사도 제대로 못하고 약으로 연명하는 분들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유족들을 더욱 가슴 아프게 만드는 것은 천안함 폭침이 북한의 소행이라는 데 대해 우리 사회 일각에서 여전히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는 “안보는 국가 존립 목표인데, 정치인들은 정치수단으로 삼아 (천안함 사태를) 좋지 않은 쪽으로 활용하다 보니 국민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며 “안보를 뒤흔드는 것은 천안함 희생장병들을 폄하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자문위원은 지난해 4월 재·보선에 나섰던 모 도지사 후보를 거명하며 “그가 ‘북한의 어뢰공격이 분명하다고 생각하지만 선거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의혹을 제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놓더라”며 “천안함 폭침이 북한 소행이라는 명백한 증거가 있는데도 이를 부정하는 ‘직업적’ 선동가들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어뢰에 남아 있는 1번글씨가 조작됐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님이 명백하게 드러났다”며 “그러면 이런 의혹을 제기했던 사람들이 이를 받아들여야 하는데 혼란만 부추긴 채, 자기 이름 석자를 알려놓고선 사과 한마디 없이 조용히 뒤로 사라졌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들을 ‘생계형 선동가’라고 규정했다.

그는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이나 천안함 공격이 바다에서 일어나다 보니 마치 남의 나라에서 일어난 것처럼 이야기한다. 그런데 포신을 조금만 돌리면 서울 강남에 포탄이 떨어질 수 있다”며 우리 사회의 안보 의식 해이를 질타했다.

통합진보당 총선 청년비례대표에 도전했던 김지윤 씨가 제주 해군기지를 해적기지라고 표현하고, 민주통합당이 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데 대해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 자문위원은 “한명숙 민주당 대표가 총리 시절 제주 해군기지가 필요하다고 해놓고 야권 연대 등을 이유로 노무현 대통령 때 확정한 것을 하루아침에 뒤집었다”며 “이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패륜행위’로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천안함에 대한 북한의 사과를 덮고 넘어가야 한다고 하는데, 북한 무력도발 시위에 대해 무조건 함구하는 것은 ‘조공’”이라며 “정치 논리가 앞서며 안보가 흔들리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