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플랫폼' 올라탄 벤처 5인방
“구글 이기는 회사를 만들자는 얘기에 KT에 합류했습니다.”

지난해 말 KT에 인수된 동영상 검색업체 엔써즈의 김길연 사장은 19일 기자간담회 직후 기자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이날 KT 신성장동력 5인방 중 한 사람으로 간담회에 참가했다.

김 사장은 자신이 힘들여 키운 엔써즈를 KT에 팔게 된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작년 봄 어느 날, 문규학 소프트뱅크벤처스 대표와 김일영 KT 부사장이 갑자기 찾아와 ‘구글을 이길 수 있는 회사를 같이 만들어 봅시다’고 제안해 왔어요. 뜻밖이었지만 그 큰 뜻에 마음이 움직였습니다.”

KT와 소프트뱅크가 김 사장을 찾아왔을 당시 그는 서비스와 콘텐츠에만 집중할 수 없는 현실적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동영상 검색 기술과 세계 최대 한류 커뮤니티 숨피를 운영하면서 네트워크와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야 했지만 벤처기업이 홀로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

김 사장은 “내심 동영상 분야에서는 우리가 세계 최고 기술을 갖고 있어 잘하면 유튜브를 뒤집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며 “KT가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얘기에 무척 놀랐다”고 전했다.

김 사장만 그런 게 아니었다. 이날 기자간담회 자리에 참석한 신성장동력 5인방은 모두 글로벌 진출의 꿈을 안고 KT와 손을 맞잡은 벤처 기업인들이었다. 김진식 유스트림코리아 사장은 한류를 통한 동영상 플랫폼의 세계화라는 꿈을 갖고 있고, 한재선 넥스알 사장은 클라우드 컴퓨팅 구축 기술로 세계 무대 진출을 노리는 사람들이다. 이한대 싸이더스 FNH 사장은 콘텐츠 유통 분야에서, 변진석 KT이노츠 사장은 클라우드 컴퓨팅에 각각 특화돼 있다.

이석채 KT 회장은 특히 이한대 사장을 소개하며 “사실 KT는 영화제작사인 싸이더스 FNH를 인수해놓고도 영화 사업을 포기하려고 했는데 지난해 이 사장이 나를 불쑥 찾아왔다”며 “미래 콘텐츠 사업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그의 통찰력에 반해 이 사업을 맡겼다”고 설명했다. 당시 이 회장과 대면했던 이 사장의 직책은 KT 미래전략실 과장이었다.

이 회장은 지난 3년간 스마트폰을 도입하고 IPTV 사업에 진출하는 등 콘텐츠를 제공하는 스크린 숫자를 늘리는 데 전력을 다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따라서 지금부터는 콘텐츠와 솔루션, 서비스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미래 성장동력 5인방이 있기에 2015년 그룹의 비전을 ‘글로벌 미디어 유통업체’로 설정할 수 있었다”며 이들을 치켜세웠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