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쉽지만…배상문 날았다
‘고(GO)! 배(BAE).’

배상문(26)이 미국 PGA투어에 ‘한류 바람’을 몰고올 태세다. 배상문은 올초 미국에 진출하면서 모자 우측에 태극기와 미국 성조기를 나란히 새겼다.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팬이 많이 생기길 바라는 표시였다.

준수한 외모와 실력을 함께 갖춘 배상문이 미국 골프팬들을 사로잡기 시작했다. 19일(한국시간) 플로리다주 팜하버의 이니스브룩리조트 코퍼헤드코스(파71·7340야드)에서 열린 트랜지션스챔피언십(총상금 550만달러) 4라운드에서는 수많은 갤러리들이 그를 따라다녔다. 그가 샷을 하거나 퍼트를 하면 갤러리들은 “In the hole(들어가라)”이라고 외쳐댔다. 경기 뒤 공식 인터뷰에서 ‘새로운 팬들이 많이 따라다니는데 기분이 어떠냐’는 질문까지 받았다.

배상문은 이날 4타를 줄여 최종합계 13언더파 271타로 루크 도널드(영국), 로버트 개리거스(35·미국), 짐 퓨릭(42·미국) 등 4명과 동타를 이뤄 연장전에 들어갔으나 도널드에게 패해 아깝게 준우승에 머물렀다. 그러나 배상문은 자신의 투어 최고 성적을 내며 상금랭킹 41위에서 18위로 올라섰다. 마지막날 부진하던 모습을 떨치고 연장전까지 진출하는 뒷심을 발휘하며 강렬한 인상도 남겼다.

배상문은 “대회 코스가 일본 골프장과 비슷해 편안했고 드라이버, 아이언, 어프로치, 퍼트 등 모든 것이 좋았다. 다음주 대회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4명이 18번홀(파4·455야드)에서 치른 연장 첫 번째 홀에서 도널드는 티샷이 가장 짧았으나 두 번째 샷을 홀 1.5m 지점에 세웠다. 퓨릭은 9m 버디를 놓쳤고 배상문은 5.5m, 개리거스는 2m 버디를 모두 뺐다. 도널드는 이번 우승으로 2주 만에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에게 내줬던 랭킹 1위 자리를 되찾았다.
아쉽지만…배상문 날았다
이날 안타까운 패배자는 어니 엘스(남아공)였다. 엘스는 합계 14언더파로 1타차 선두를 달리다 16번홀에서 1.2m 버디를 실패해 2타차 선두로 치고 나갈 기회를 놓쳤다. 17번홀(파3)에서는 티샷이 우측으로 밀리면서 보기를 기록했고 18번홀에서도 1.2m 버디까지 놓치면서 연장전 진출에 실패했다.

엘스는 경기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실망스런 표정으로 “지금 너무 언짢아 말할 기분이 아니다”고 했다. 엘스는 남은 대회에서 우승해야만 마스터스에 출전할 수 있다. 그는 1993년 이후 처음으로 마스터스 초청을 받지 못했다.

케빈 나(29)는 합계 5언더파 279타로 공동 38위, 최경주(42)는 합계 3언더파 281타로 공동 46위에 머물렀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