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만 해도 자동차 내부에서 소음과 진동을 줄인다는 것은 사치스러운 생각이었죠.”

NVH코리아(대표 정진표·60)는 2000년대 초반 우리나라에서는 용어조차 생소했던 NVH시스템 분야에 뛰어들어 당시 200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을 35배인 7000억원으로 끌어올린 강소기업이다. NVH시스템은 자동차 엔진과 천장 창문 타이어 등에서 발생하는 소음이나 진동 등을 흡수 차단해주는 역할을 하는 소재와 부품 등을 통칭한다.

이 회사가 NVH시스템 분야 강소기업으로 떠오른 데는 불과 10여년 밖에 걸리지 않았다. 2001년 오너인 구자겸 회장(53)이 전신인 일양산업의 사명을 NVH코리아로 바꾸고 전체 매출의 4분의 1인 50억원을 들여 고가의 실험장비와 석·박사급 인력을 갖춘 NVH연구소를 세우면서 출발선에 섰다.

이때 전문경영인으로 영입된 정 대표는 국내에도 곧 NVH시스템의 전성시대가 올 것이라고 확신, 해마다 매출액의 4% 이상을 흡음재(吸音材)와 차음재(遮音材) 등 NVH 소재 연구·개발에 매진했다.

겁없이 뛰어들었지만 기술력이 문제였다. 정 대표는 연구원들과 함께 독일 등 선진국 업체를 찾아 기술 습득에 매달렸다. 이때 느꼈던 설움은 그가 지금까지도 기술개발에서 손을 떼지 않게 한 원동력이 됐다.

이로부터 2년여 뒤인 2003년 자동차 천장에서 들어오는 소음 진동의 저감은 물론 충돌 시 승객의 머리 손상도 방지하는 효과를 내는 헤드라이너(Head liner)를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반신반의하던 국내 완성차 업계들이 하나둘씩 사용하게 되면서 회사 매출은 단숨에 411억원으로 배 이상 늘어났다.

이 회사는 엔진 분야에 대한 NVH 소재 연구·개발에도 나서 엔진 소음의 실내 유입을 차단하는 아이솔레이션 대쉬(Isolation dash), 엔진룸의 소음을 저감하는 인슐레이션 후드(Insulation hood) 등의 다양한 내장재 부품을 잇따라 출시했다. 여기에 자동차 연비와 쾌적한 자동차 내부환경 개선을 위해 내장 소재를 친환경 섬유로 전환하면서 매출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2008년 국내에서 NVH시스템이 본격적으로 적용되고 러시아 인도 중국 등으로도 수출이 이어지며 매출은 단숨에 3700억원대로 뛰어올랐다. 작년에는 매출이 7117억원에 이르는 등 최근 4년간 연평균 19%의 높은 성장세를 기록했다. 이 회사 제품은 현대·기아자동차 국내 전 공장과 한국GM, 쌍용자동차 등에 공급되고 있으며 50%가 넘는 국내 시장 점유율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정 대표는 이 같은 급성장 비결에 대해 “틈새시장을 파고든 탓도 있지만 품질에 승부를 걸고 있는 현대·기아차 기준에 맞추다 보니 자연스럽게 품질경쟁력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제품 100만개 생산 때 발생하는 불량품을 10개 미만으로 줄이는 ‘싱글PPM 품질혁신운동’에 나서 지난해까지 9회 연속 지식경제부가 주최한 품질경쟁력 우수기업에 선정됐다.

정 대표는 “2015년 매출 1조원의 ‘글로벌 톱 5’의 NVH 내장재 부품 전문메이커로 변신하겠다”고 말했다.

경주=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