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소프트웨어산업의 발전은 중소기업들의 해외진출 확대에 달려있습니다. 대기업이 상생정신을 살려 중소기업과 해외에 동반 진출할 경우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할 계획입니다.”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은 정부 조직관리 및 치안의 최고책임자이면서 공공 정보기술(IT) 서비스 시장의 가장 큰 손이기도 하다. 그는 국내 중소 소프트웨어업계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사업관리 전문가(PMO) 제도를 도입하고 기업 규모보다는 기술 중심의 사업자 선정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에서 만난 맹 장관은 다소 상기된 표정이었다. 지난달 말 발표된 국제연합(UN)의 ‘2012년 전자정부 평가’ 에서 한국이 2회 연속 1위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2003년부터 UN 회원국 193개국을 대상으로 실시해온 이 평가는 전자정부 발전지수, 온라인 참여지수 2개 분야로 나눠 이뤄진다. 각국 정부가 구축한 전자정부 인프라와 해당 국가의 국민들이 이를 어떻게 활용하는지가 중점 평가 대상이다. 2년 주기로 평가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2010년에 이어 두 부문 모두 1위를 차지했다.

맹 장관은 “전자정부 2회 연속 1위는 한국 소프트파워를 대내외에 과시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역량있는 중소기업들이 해외진출을 확대할 수 있도록 만반의 지원체계를 갖추겠다”고 말했다.

전자정부 1위 수성(守城)이 쉽지 않았을 텐데요.

“내부적으로 ‘디펜딩 챔피언’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자신하기는 했지만 실제로 1위를 다시 한번 차지하게 돼 무척 기쁩니다. 2010년 첫 1위를 달성한 데 만족하지 않고 스마트 전자정부 등 후속 전략들을 세워 착실히 투자해온 것이 주효했던 것 같습니다. UN 전자정부 평가에서 그동안 3회 연속 1위에 올랐던 나라는 미국밖에 없습니다. 전자정부 시스템을 계속 발전시켜 2014년에도 1위를 차지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최근 중남미 국가들을 방문해 ‘행정한류’ 순방을 다녀오셨습니다.

“지난달 12일부터 9일 동안 행안부 대표단은 뉴욕을 거쳐 도미니카공화국, 파나마, 콜롬비아 등 중남미 3개국을 다녀왔습니다. 도미니카 공화국이 행정 선진화를 위한 벤치마킹 국가로 우리나라를 뽑은 것이 계기가 됐습니다. 체류 기간 동안 25개의 면담, 행사 등에 참석할 정도로 빡빡한 일정이었습니다. 대부분 해당 국가들이 요청한 것이었습니다. 드라마나 음악 못지않게 우리나라의 행정제도가 ‘한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했습니다.”

올해 전자정부 수출액 목표를 3억달러로 잡았습니다.

“UN 평가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우리 전자정부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전자정부 수출도 해마다 큰 폭으로 늘고 있습니다. 2007년만 해도 수출액은 982만달러에 그쳤지만 지난해는 2억3566만달러로 4년 동안 24배나 늘어났습니다. 수출지역도 과거 동남아시아 위주에서 세계 여러나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수출분야 역시 관세, 조달, 정부통합센터 등으로 다양화되는 추세입니다.”

전자정부를 수출하는 데 어려움은 없습니까.

“수출여건이 좋지만은 않습니다. IBM이나 HP 등 다국적 IT(정보기술) 기업이 이미 해외시장을 선점하고 있습니다. 국가별로 전자정부 제도나 수준이 달라 개발비가 많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외국의 관련 부처 장·차관들을 만나보면 우리 전자정부시스템에 대한 관심이 많습니다. 국내 기업들이 전자정부를 원활하게 수출할 수 있도록 전략 국가를 대상으로 민·관 합동으로 해외 마케팅에 나서는 등의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마침 UN의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전자정부 강국’이란 프리미엄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5년 동안 25억달러 규모의 전자정부 수출이 목표입니다.”

정부가 올 들어 대부분의 공공정보화 시장에서 대기업을 배제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하면서 전자정부 부문의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들도 있는데요.

“갈수록 소프트웨어 산업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습니다만 국내 소프트웨어 업체 대다수는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중요한 분야임에도 일하기를 꺼려하는 3D(위험하고 어렵고 더러운) 업종 취급을 받고 있지 않습니까. 젊은이들이 꿈을 버리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봅니다. 그러기 위해선 먼저 대기업 중심의 시장 질서를 전문·중소기업이 함께하는 공생발전형 생태계로 바꿔야 합니다. 정부는 IT 업계의 가장 큰 구매자인 동시에 룰을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공정한 거래질서를 만드는 역할을 맡을 것입니다.”

기술력과 경험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대규모 사업을 추진하는데 한계가 있지 않을까요.

“중소기업이 안정적으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제도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우선 지난해 12월 표준 산출물 작성 가이드를 제작해 중소기업들이 좀 더 쉽게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연말까지 제안요청서 작성, 사업관리, 검사 등 발주자를 지원하는 사업관리 전문가(PMO·Project Management Office) 제도를 시행할 예정입니다. 사업자 선정 시 우수 중소기업 간 컨소시엄을 우대해 사업의 안정성을 높이고 기술 중심의 사업자가 선정될 수 있도록 선정 기준도 손을 보려고 합니다. ”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방안은 구체적으로 어떤 겁니까.

“해외진출 시 해외 영업력과 브랜드 인지도를 갖고 있는 대기업과 전문기술 및 국내개발 경험을 보유하고 있는 중소기업이 컨소시엄을 맺도록 유도할 생각입니다. 특히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손을 맞잡을 경우 한국 정부 자금이 투입되는 해외 정보화사업에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줄 계획입니다.”

개인정보보호법이 시행된 지도 6개월 가까운 시간이 흘렀습니다.

“지난해 9월30일 법이 시행됐고 이달 말까지는 계도기간입니다. 공공기관과 대량의 개인정보를 관리하는 대기업들은 법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조치사항도 충실히 이행하고 있습니다. 다만 약국이나 부동산 공인중개업소 등 소규모 사업자와 제조업, 소매업 등 법의 적용을 처음 받는 사업자들은 일부 미흡한 부분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영세사업자 대상 순회 교육이나 맞춤 컨설팅 지원 등을 통해 사업자들의 인식과 이행 수준이 오를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지난해 잇따른 해킹사고와 그에 따른 개인정보유출이 화두였습니다.

“정부도 심각하게 보고 있습니다. 올해는 특히 핵안보 정상회의, 총선, 대선 등이 예정돼 있어 사이버 위협에 대한 보다 철저한 대비가 필요합니다. 전자정부 사이버위협 수집과 분석 기능을 강화하고 소프트웨어 개발 단계에서 보안 취약점을 진단해 제거하는 소프트웨어개발 보안제도를 도입할 계획입니다.”

전자주민증을 도입하는 내용의 주민등록법 개정안이 18대 국회에서 폐기될 것으로 보입니다.

“주민등록법 개정안은 전자주민증 도입을 통해 주민등록증의 위·변조를 막고 주민등록번호를 안전하게 보호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주민번호의 대체 용도로 쓸 수 있는 주민등록증 발행번호도 도입키로 했습니다. 일부에선 주민등록제도 자체를 반대하는 주장도 있는데 이는 본질이 다른 문제라고 봅니다. 남은 회기 동안 통과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맹형규 장관은? 자전거 마니아…언론인 출신 '신사' 각료 정평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65)은 20여년간 기자와 앵커로 일했던 언론인 출신으로 3선 국회의원 경력을 갖고 있다.

1972년 합동통신에 입사해 연합통신(현 연합뉴스) 런던특파원과 서울방송(SBS) 8시 뉴스 앵커 등을 거쳐 신한국당에 입당해 1996년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한나라당 정책위 의장과 청와대 정무수석 등을 거쳐 2010년 4월 행안부 장관에 취임했다.

맹 장관은 정부 내에서 손꼽히는 ‘자전거 마니아’다. 전국에 조성된 자전거길 가운데 가장 높다는 해발 548 높이의 충북 괴산군 이화령 고개를 쉬지 않고 넘어갈 정도다. 지난달 중남미 3개국을 방문할 때는 스스로 아이디어를 내 해당 국가의 국기와 같은 색으로 칠한 자전거를 준비해 선물하기도 했다.

온화한 이미지를 바탕으로 하는 폭넓은 대인관계가 강점이라는 게 주위의 평이다. 백봉신사상 초대 수상자일 만큼 매너좋은 ‘신사’로도 불린다. 부인 채승원 씨(65)와 2녀를 두고 있다.


◆ 전자정부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온라인상에서 정부 업무를 처리하거나 국민에게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스템을 뜻한다. ‘디지털 정부’ ‘온라인 정부’라고도 한다. 국내 대표적인 전자정부 솔루션으로는 정부의 업무관리시스템인 ‘온나라시스템’을 비롯해 종합민원서비스 ‘민원24(www.minwon.go.kr)’, 홈택스(www.hometax.go.kr), 국가종합전자조달(www.g2b.go.kr) 등이 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