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여성에게 사탕으로 사랑을 고백하는 화이트데이(3월14일)에 관련업계인 호텔, 백화점, 제과점, 커피전문점, 꽃집, 편의점 등에서는 다양한 기획상품과 이벤트를 마련해 높은 매출실적을 거뒀다. 대기업이나 대형 자영업소는 고객을 위해 사은행사를 마련할 여건이 되겠지만, 하루 100명 미만의 고객이 방문하는 조그마한 가게나 식당에서 화이트데이를 기념해 조그마한 사탕 한 봉지씩 선물하려고 마음먹기가 그리 쉽지 않다.
몇년 전 봄날 서울 수유리 4·19공원 인근의 조그마한 식당에 점심을 먹으러 간 적이 있었다. 계산대 부근 테이블에 자리 잡은 필자는 우연히 한 무리의 주부들이 식사를 끝내고 계산하는 모습을 지켜보게 됐다. 식당 주인이 나가는 손님들에게 일일이 포장된 예쁜 사탕을 선물하는데, 주인의 부드러운 말투에 깔끔한 외모가 인상 깊었다.
그 중 한 여성 손님은 “사장님이 우리집 남편보다 훨씬 낫네요. 저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화이트데이에 사탕 선물을 받았어요”라며 들뜬 모습으로 기뻐했다. 아마도 그 손님들은 그 식당의 단골손님이 됐을 게 틀림없다.
주변에는 영세한 음식점들이 너무 많다. 다들 경쟁업소가 많이 생겨나고 식재료비가 올라 식당을 운영하기가 너무 힘들다고 호소한다. 그러나 동네마다 10곳 중 한두 곳은 불황을 모르고 성업 중인 식당이 분명히 있다. 어려울수록 고객들의 마음을 헤아려 정성� 베풀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하루 매출에서 1만원씩만 고객들을 위해 따로 비축해둔다면 매월 30만원은 마련할 수 있다. 이렇게 준비해 둔 돈으로 매월 특별한 날 고객들을 위해 다양한 행사를 펼칠 수 있을 것이다. 특별한 날을 기념해 효과적인 사은행사를 펼치려면 선물이나 혜택을 주겠다고 미리 알리는 것보다는 손님이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서 조그마한 선물이라도 마음을 담아 전달하는 게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특별한 날에는 조그만 선물에도 손님이 감동하는 법이다. 매출을 올리려는 장사꾼의 속셈이 드러나지 않도록 명분을 만들어 두는 지혜도 필요하다.
치솟는 물가에 빡빡한 지갑사정, 직장인들이 5000원으로 점심 한끼 해결하기 어려운 환경에 웃을 일이 별로 없다는 게 요즘 세상사다. 짧은 순간이지만 고객에게 기쁨을 베푸려는 노력을 다하는 업소는 그만한 대가가 돌아오게 마련이다. 대부분의 손님들은 기대 이상의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 조그마한 정성과 따뜻한 말 한마디와 웃는 얼굴에 기뻐한다. 기분이 흡족한 고객이 매출을 더 올려주게 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