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품질경영' 특명 받은 정의선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아들인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42·사진)이 16일 현대제철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정 부회장은 현대제철의 품질담당 부회장을 맡는다. 그룹 내 핵심사업인 자동차사업에 이어 철강부문까지 경영의 보폭을 넓힌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그룹 관계자는 “정 부회장은 현대차(사내이사·부회장)와 현대모비스(사내이사·부회장), 현대제철 등 핵심 계열사의 경영진으로 합류해 그룹 오너로서 책임경영에 나서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후계구도와 맞물려 그룹경영의 전면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철강에서 자동차부품, 완성차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의 뼈대를 이루는 계열사에 대해 책임경영에 나서는 것은 그룹 전반에 대한 이해력을 높이면서 동시에 그룹 장악력을 강화하는 과정”이라고 풀이했다.

현대제철에서 정 부회장의 역할과 관련, 그룹 관계자는 “자동차의 핵심 소재 가운데 하나인 강판의 품질 제고와 신소재 개발을 직접 챙길 것”이라고 전했다. 글로벌 자동차업계의 연비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만큼 알루미늄강판과 같은 초경량 신소재 개발과 이를 자동차에 접목하는 작업을 주도할 것이란 설명이다. 정 회장은 지난 7일 제네바모터쇼를 참관하면서 BMW 전시장에 들러 “(연비가 좋은) BMW는 차체에 알루미늄을 많이 쓰지”라며 현대·기아차의 강판개발 전략을 간접적으로 내비쳤다.

정 부회장이 현대제철 경영을 총괄하지는 않지만, 사내이사와 부회장 타이틀을 달게 된 것은 정 회장이 혹독하게 경영수업을 시키는 과정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현대제철은 내년 6월 고로 3기 준공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침체로 공급과잉, 제품가격 하락 등의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정 회장은 기아차가 적자위기에 몰렸던 2005년 3월, 당시 현대차 부사장이었던 정 부회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켜 기아차로 보냈다. 기아차는 2006년, 2007년 연속 적자였다. 모두가 불안했다. 당시 그룹 핵심 참모진에선 “정의선 사장에게 흠집이 날 수 있다. 현대차로 다시 불러야 한다”는 말이 나왔으나 정 부회장은 “기아차를 꼭 살려놓겠다”며 버텼다. 정 부회장의 디자인경영의 결실인 ‘K5’ ‘K7’이 나오면서 기아차는 드라마틱하게 부활했다. 그는 2009년 부회장으로 승진해 현대차로 자리를 옮겼다. 혹독하게 경영능력을 검증받은 정 부회장이 현대제철에서 또다시 어떤 능력을 보여줄지 재계는 벌써부터 주목하고 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