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이 포르투갈 스페인 등 재정위기 국가들에 내준 저리 장기대출이 해당 국가의 중소기업과 가계로 제대로 흘러들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금 부족으로 파산 위기에 빠진 중소기업들도 속출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럽 재정위기국 은행들이 ECB에서 받은 자금을 자국 중소기업들에 풀지 않아 기업들이 불황 탈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16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작년 포르투갈에서 파산한 개인과 중소기업 수는 2010년에 비해 50% 이상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스페인의 개인, 중소기업 파산율도 12%포인트 높아졌다. WSJ는 포르투갈의 가죽제품 생산업체인 안토니오앤드마테우스가 자금난으로 직원들을 해고하는 등 파산 위기에 몰렸다고 소개했다. 이 회사 애나 마테우스 대표는 “프랑스에서 납품계약을 따냈지만 은행이 생산시설 확충에 필요한 돈을 빌려주지 않아 손을 놓고 있다”며 “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을 꺼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은행들은 리스크 부담 때문에 쉽사리 대출을 해줄 수 없다고 반박한다. 또 ECB에서 받은 자금 중 상당액은 자국 국채 매입에 써 여력도 없다고 주장한다. 스페인의 중소은행 방카시비카는 ECB에서 빌린 91억유로 중 60억유로를 스페인 국채 매입에 썼다. 스페인 은행들의 작년 12월 대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3% 줄었다. 이는 1962년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이다. 같은 기간 포르투갈의 대출액도 3.5% 감소했다. 라울 곤살레스 포르투갈 파산관재인협회 회장은 “은행은 자국 기업들의 부실을 이유로 대출을 꺼리고, 기업들은 은행만 탓하고 있는 등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