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家 주총] 최지성 부회장 퇴진요구 '진땀'…이부진 사장 의사봉 '탕탕'


최지성 부회장 이사 재선임 반대 헤프닝 빚어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주총 의장 첫 데뷔 눈길

[삼성家 주총] 최지성 부회장 퇴진요구 '진땀'…이부진 사장 의사봉 '탕탕'
삼성전자 주주총회가 1시간 30여분간의 긴 시간 끝에 힘겹게 끝났다. 상정되는 안건마다 주주들의 찬반이 팽팽하게 대립했고, 일부 주주의 의사진행 방해 등으로 소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16일 서초사옥 5층 다목적홀에서 주주, 기관투자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제43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이 날 주주총회에서는 연결기준으로 매출 165조원, 영업이익 16조원 달성 등 2011년 영업실적이 보고됐다. 이어 43기 '재무제표 승인', '이사선임 승인', '이사 보수한도 승인', 'LCD 사업부 분할계획서 승인' 등의 안건이 다뤄졌다.

의장을 맡은 최지성 대표이사 부회장은 올해 경영목표를 밝히고 이재웅 감사위원장에게 감사 및 영업보고를 넘겼다. 이 순서가 끝나야 본격적인 안건 상정에 들어갈 수 있다.

그러나 발언을 하려는 한 주주의 돌발 행동들이 몰리며 안건 상정도 전에 실랑이가 이어졌다. 이 주주는 "의장은 단독으로 진행을 하려 하지 말라"며 "오만함을 버리고 겸손하라"고 질책했다. 이어 "실적이 좋아 직원들 성과급은 퍼주고, 임원 연봉도 수백억이면서 주주들에게 돌아가는 배당금은 너무 적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다른 주주는 최 부회장의 사내 이사 재선임 안건을 문제 삼았다. 이문원 삼성 노동조합 해고복직 투쟁 부원장은 주주 자격으로 참석해 "최 부회장은 백혈병 문제, 노조 감시 등 현안에 대해 등을 돌리고 있다"며 "책임과 권한은 함께 가는 것인데, 최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으로 인해 권한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최 부회장은 "주주들의 질책은 모두 소중하다"며 "경영여건이나 제도에 대해 오해가 있을 수 있지만 주총 자리는 어느 한 사람의 개인 의견을 고집하거나 대표이사에 대해 개인적 모욕을 주는 자리가 아니다"고 단호히 말했다.

삼성전자 주총에 처음 왔다는 한 주주는 "세계 일류 기업이라는 삼성에서 박수부대를 동원해서 주총을 하면 되겠느냐"며 "주주들이 발언하는데 '집어쳐라' '간단히 해라'는 말을 왜 하느냐. 무슨 강호동이 주총에 온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와 반대로 삼성전자의 주가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데 만족해하며 적극적인 지지를 보내는 주주들도 상당수 였다.

나이 지긋한 한 여성 주주는 "44년간 주식을 해왔지만 삼성전자 만한 기업이 없었다"며 "다른 주식은 다 쪽박을 찼지만 삼성전자만 마음을 놓이게 했다"고 말했다. 이 주주는 최 부회장의 선임을 반대하는 주주에게 거세게 항의하며 "반대 발언을 취소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한편 범삼성가인 호텔신라에서는 이부진 사장이 주총 의장을 맡아 의사봉을 잡았다. 삼성가 3세 경영인 중 주총 의장을 맡은 것은 이 사장이 처음이다.

그는 이 자리에서 "올해 새로운 도전과 도약을 위해 굳건한 의지를 갖추고 어떠한 어려움도 극복해 나갈 것"이라며 "명문 서비스 기업에 걸맞은 최고의 경영실적으로 보답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면세유통사업부는 세계 시장을 무대로 실행력 있는 성장 전략을 추진하고, 호텔사업부는 독보적인 품질 우위를 확보하면서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에도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호텔신라는 이날 주총에서 신규 이사 선임과 이사 보수 한도 등 네 가지 안건을 승인했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