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계열사 '독자신용등급' 받아야
대기업 계열사들은 앞으로 그룹의 지원 가능성을 배제하고 독립적으로 평가한 ‘독자신용등급’을 발표해야 한다. 기업이 신용평가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구두로 신용평가사에 등급을 묻거나 예상 등급을 요구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금융위원회는 15일 이 같은 내용의 ‘신용평가시장 선진화 방안’을 발표했다. 신용등급이 기업의 신용 위험을 제대로 알려주지 못한 채 ‘뒷북’ 조정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이번 방안은 감독 규정 개정과 모범규준 마련을 거쳐 2분기 중 시행에 들어간다.

◆독자신용등급 도입

개정안에 따르면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모든 계열사는 계열사의 지원 가능성을 배제한 채 기업 자체 경영 여건만 독립적으로 평가한 신용등급과 그룹의 지원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최종 등급을 함께 받아야 한다. 지금까지는 종합적인 신용등급만 발표했다. 그러다 보니 개별 회사에 대한 평가가 정확하지 않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독자신용등급을 발표할 경우 대기업 계열 건설사들의 신용등급이 하향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6월 한국기업평가의 내부평가에 따르면 롯데건설 SK건설 한화건설 두산건설 등은 현재 A급(A+~A-)이지만 독자신용등급으로는 BBB급에 머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 관계자는 “LIG건설과 진흥기업처럼 그룹의 꼬리 자르기로 인해 그룹 지원까지 고려한 신용등급을 믿고 투자한 투자자들이 피해를 보는 경우를 막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기업이 신평사에 제출한 자료 리스트는 공개해야 한다. 신평사가 등급을 매길 때 충분한 자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제공된 자료가 부실할 경우 등급 부여를 제한하도록 했다. 또 일정 경력 이상의 애널리스트를 등록해 이들만 신용평가서를 작성하도록 했다.

등급 쇼핑 금지

기업이 신평사와 계약을 맺기 전에 구두로 예상등급을 물은 후 사전에 등급 상향을 요구하거나 높은 등급을 제시한 신평사를 고르는 것이 금지된다. 또 증권사가 기업의 회사채 발행 주관이나 인수 등에 공시된 등급만 쓸 수 있도록 해 ‘미공시 신용등급’의 활용을 제한했다.

기업과 신평사 간 이해상충을 막기 위한 조치도 나왔다. 신평사는 평가 이외에 컨설팅이나 용역서비스를 제공한 이후 1년간 해당 회사에 대한 신용평가를 할 수 없게 된다. 또한 애널리스트가 한 기업에 대해 연속해 평가할 수 있는 기간이 현행 5년에서 4년으로 단축된다. 다시 평가를 맡기 위해서는 2년이 지나야 한다.

기업과 신평사 간 관계를 파악할 수 있도록 △평가 일정과 수수료 △기업 소속 그룹의 수수료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 △컨설팅 등 비평가 용역 체결 내역 등도 공개해야 한다.

또 금융투자협회와 신평사는 신용평가에 대한 주요 성과평가 기준을 만들어 주기적으로 이를 비교·공시해야 한다.

금감원은 신평사의 표준내부통제기준 중 이해상충 방지나 불공정행위금지, 평가업무준칙 등 중요사항을 감독규정에 반영해 감독을 강화할 예정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신평사의 독립성이 높아져 신용평가의 투명성과 책임성이 강화될 것”이라며 “자본시장 인프라로서 신용평가 기능도 확대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