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TV 큰 싸움…삼성·LG, 마트TV에 맞서 70만원대 출시
전체 가구의 절반가량으로 늘어난 1~2인 가구. 이들에겐 큰 TV가 필요없다. 화면이 깨끗하고 리모컨만 잘 작동하면 그만이다. 4인 이상 가구가 많이 찾는 ‘세컨드 TV’도 화려한 스펙보다 부담없는 가격이 소비자 선택을 좌우한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이런 소비자 변화를 겨냥해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저가 TV 리그에 뛰어들었다. 세계 TV 업계 1, 2위라는 품위를 유지하고 싶어도 늘어나는 수요를 마냥 무시할 수 없어서다. 전자 업계와 대형마트 간 TV 가격 싸움이 본격화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마트는 15일 PC 업계 강자인 TG삼보와 손을 잡았다. 아킬레스건인 애프터서비스(AS)망을 보완하고 ‘반값 TV’ 원조로서 흥행 가도를 이어가려는 전략이다. 중국 가전업체인 하이얼까지 한국 시장에 40만원대 TV를 내놓기로 해 경쟁 판도는 더 복잡해졌다.

저가TV 큰 싸움…삼성·LG, 마트TV에 맞서 70만원대 출시

◆삼성·LG, 70만원대 TV ‘맞불’

삼성전자와 LG전자는 LED(발광다이오드) TV 가격을 정할 때 이른바 ‘3배 원칙’을 지켜왔다. TV가격을 인하하더라도 자체 판매 매장에서만큼은 TV 크기에 대략 3을 곱한 가격 아래로는 잘 팔지 않았다. 예를 들어 32인치 LED TV는 90만원 안팎의 가격에 팔고 40인치대 LED TV는 130만원 선에서 가격을 정했다.

작년 하반기부터 이 가격 마지노선이 깨지기 시작했다. 대형마트와 온라인 쇼핑몰 등이 반값 TV로 치고 나오면서 삼성·LG 제품과 가격 차이가 너무 난다는 인식이 확산된 때다.

이 때문에 두 회사는 ‘보급형 TV’라는 전략을 들고 나왔다. 저가 TV나 반값 TV로 분류되지 않으면서도 기존 TV보다는 좀 더 대중화시키겠다는 차원에서 만든 이름이다.

삼성전자가 먼저 ‘국민 TV’를 내걸고 지난 2월 보급형 TV 시장에 진출했다. 32인치 LED TV는 75만원(매장 판매가), 40인치 LED TV는 110만원에 내놨다. 비슷한 사양의 삼성 TV보다 10만~20만원 싼 가격이다.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32인치 삼성 LED TV 가격이 60만원 안팎으로까지 내려갔다.

이에 맞서 LG전자는 ‘알짜 TV’라는 보급형 TV를 선보였다. 32인치 LED TV 가격은 74만원, 42인치 LED TV는 삼성과 같은 110만원으로 정했다.

이마트는 16일부터 TG삼보와 함께 42인치 LED TV인 ‘T-VIEW’를 76만9000원에 판매한다. 지난해 반값 TV로 인기를 끈 32인치 TV에 이어 40인치대로 활동 반경을 넓히겠다는 전략이다. 앞서 지난 12일 하이얼은 이르면 다음달부터 하이마트를 통해 49만9000원에 32인치 LED TV를 선보인다고 발표했다.

◆1인 가구 증가에 호재성 이벤트

저가 TV 전쟁이 확전되는 배경에는 인구구조 변화가 자리잡고 있다. 2010년에 이미 1인 가구 비율이 23%를 넘어섰고 2인 가구까지 합치면 전체 가구의 48%가 1~2인 가구다. 이들은 크고 좋은 TV보다 작고 가격부담이 적은 TV를 선호하는 편이다. 올해 말로 아날로그방송이 종료되면 이들 중 상당수가 디지털 TV로 바꿀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올해 런던 올림픽과 유로컵 등 스포츠 이벤트가 잇따르는 점도 저가 TV 시장을 키우는 요인이 되고 있다.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저가 TV 경쟁 구도는 소비자의 손길이 가격과 브랜드 중 어디로 기울 것인가에 달려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가격을 우선시하면 대형마트와 온라인쇼핑몰에서 판매하는 반값 TV 시장이 더 커지고 브랜드를 고려하면 삼성 LG의 보급형 TV 시장이 더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세컨드 TV로 자리잡은 32인치 TV에서는 대형마트가 선전할 수 있지만 40인치대 TV에서는 유통업체들이 삼성 LG 브랜드를 넘어서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TV의 핵심 부품인 패널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확보하느냐도 변수다. 대형마트와 온라인쇼핑몰이 반값 TV를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전체 판매량은 3만대가량에 불과하다. 모두 TV 패널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해서다. 이마트도 이런 약점을 알고 이번에 TG삼보뿐 아니라 삼성 LG에 이어 패널업계 3위인 대만 CMI를 끌어들였다.

업계 관계자는 “중소형 TV 제조사들이 양질의 패널을 대량 공급받을 수 있는 수급처를 찾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정인설/송태형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