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뉴스

    ADVERTISEMENT

    [책마을]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왜 벌벌 떠는가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이유 없는 두려움
    댄 가드너 지음 / 김고명 옮김 / 지식갤러리 / 516쪽 / 1만8000원

    까닭없는 두려움 커지면 의사결정 미루고 이성 따라야
    9·11 테러 이후 미국인들은 또 다른 테러 공포에 몸을 떨었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미국의 생존 자체가 위기에 처했다며 이슬람 세계를 정조준했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서방 세계 전체가 존재를 위협하는 실제적인 위험에 직면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포는 증폭됐고, 보통사람들의 일상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사람들은 장거리 이동에도 비행기 대신 승용차를 택해 고속도로를 달렸다.

    그래서 미국인들은 더 안전하게 됐을까. 결론은 “아니다”. 9·11 테러 희생자 수의 절반이 넘는 1595명이 자동차를 택했다가 사망했다는 통계가 나와 있다. 9·11 테러 희생자 수 또한 미국에서 일상적인 범죄에 희생된 사람 수의 5분의 1에도 못 미친다.

    왜 공포는 늘 증폭되며, 사람들은 더 큰 두려움에 휩싸여 헤매게 되는 것일까. 《이유 없는 두려움》은 이런 ‘두려움의 문화’에 대한 고찰이다. 저자는 사람들이 어떻게 위험을 인식하는지 설명하고, 두려움을 일으키는 심리적 기제를 들여다본다.

    저자는 인류가 지금처럼 안전하게 삶을 영위한 때도 없었다고 말한다. 노벨상을 받은 로버트 포겔 시카고대 교수도 “인류 역사를 통틀어 지금껏 이 지구 위에 살았던 7000여 세대 중 어느 세대와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진기한 진화 양상”을 보인다고 했다. 그렇다면 느긋하게 삶을 즐길 줄 알아야 하는데 실상은 정반대다. 전혀 느긋하지 않다. 늘 두려움에 떤다. 무언가 나쁜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이유 없는 두려움’에 전율한다.

    두려움은 개인과 사회에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감정일 수 있다. 위험을 두려워하면 위험에 더 관심을 기울이고 합리적인 조치를 취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유 없는 두려움은 성질이 다르다. 위험에 직면해 내리는 결정이 갈수록 어리석어지는 까닭도 이 이유 없는 두려움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저자는 “두뇌는 전적으로 구석기 시대의 산물”이라며 “태곳적 두려움이 현대인의 이성을 지배한다”고 말한다. 현대인의 생활양식에 익숙할 리 없는 원시인의 뇌가 TV 등을 통해 좋지 않은 소식을 접하면 마치 짐승에게 공격을 받은 듯 반응한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무의식 세계에 도사리고 있던 두려움이 수면으로 떠오르는 과정을 추적한다.

    쉽게 얻을 수 있는 기준점을 바탕으로 해답을 찾는 ‘앵커링 효과’로 인한 착각이 치명적인 판단오류를 일으킬 수 있음을 보여준다. 초기에 머릿속에 ‘닻을 내려’ 설정한 정보에 의해 나중에 내리는 결정이 좌우된다는 것. 독일 심리학자 스트랙과 무스바일러가 2006년 발표한 실험 결과는 판사들도 이 앵커링의 덫을 피해가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간범 재판을 맡은 판사들이 쉬는 시간에 기자들이 전화를 걸어 “형량이 3년 이하냐”고 물은 경우 판사들은 평균 33개월의 징역형을 선고했다. 기자들이 다른 판사들에게 “형량이 1년 이하냐”고 묻자 판사들이 내린 형량은 평균 25개월로 뚝 떨어졌다. 앵커링 효과 외에 판단오류를 일으키는 전형성의 법칙, 호오(好惡)의 법칙, 사례의 법칙, 집단극화현상 등도 연구결과를 펼쳐보이며 설명한다.

    저자는 두려움이 늘어나는 현상은 원시적인 뇌의 작용 외에도 여러 요인이 있다고 말한다. ‘두려움 장사’가 그중 하나다. 정치인이나 사회운동가 등은 여러 가지 두려움을 일으켜 목적을 달성하려고 한다. 날마다 정교하게 계산해 만든 메시지를 퍼부어대며 두려움을 조장한다. 왜곡된 수치, 비합리적인 결론까지 끌어들이며 이야기를 좋아하는 인간의 본성을 파고든다. 대중매체는 그 중요한 수단이다.

    저자는 두뇌, 대중매체, 두려움을 부채질해서 이득을 얻는 개인과 조직이란 세 요소가 하나로 이어지면서 ‘두려움 회로’가 만들어진다고 말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면서 두려움을 증폭시킨다는 설명이다. 저자는 “이유 없는 두려움은 현대사회의 필연적인 현상”이라면서도 “이를 악물고 이성의 명령을 따르면 그 정도를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

    ADVERTISEMENT

    1. 1

      "미국은 비싸고 동남아는 무섭고"…요즘 뜨는 해외여행지 [트래블톡]

      고물가·고환율 기조가 이어지면서 여행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해외여행은 소수만 더 많이 가고 다수는 덜 가는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으며 국내여행은 비용을 아끼려는 선택이 오히려 불만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8일 소비자 리서치 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의 '2025-26 국내·해외 여행소비자 행태의 변화와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 여행객의 1회 평균 지출액은 약 175만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국내여행 1회 총경비는 약 23만원으로 해외여행과 비교하면 약 7배 차이다. 해외여행 1일 평균 지출액 역시 약 27만원 수준으로 국내여행 전체 비용을 웃돈다.비용 격차는 분명하지만 국내여행이 해외여행의 대안으로 떠오르지는 않는 모양새다. 숙박·외식 물가 상승과 함께 주요 관광지에서 불거진 '바가지 논란'이 반복되면서 국내여행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는 비싸서 포기하고, 국내는 만족도가 낮아 외면하는 구조가 고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여기에 지역 관광의 위기도 심화되고 있다. 특정 지역의 '비계 삼겹살'이나 '바가지 요금' 같은 사례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과도하게 이슈화·일반화되면서 지역 관광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또한 물가 삼승을 감당할 여행 예산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단거리 근거리 선택 경향은 심화했고, 주말 또는 계절 관광지를 선택하기보다는 근거리 대도시 중심의 여가활동이 증가해 지방·중소도시의 관광산업 기반을 약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 통계 착시 뒤에 숨은 '소비 양극화'해외여행 시장의 회복세는 통계가 만들

    2. 2

      '대세 러닝화'로 떴는데…하루 만에 '30% 폭락' 비명 [이슈+]

      러닝 열풍의 최대 수혜자 중 하나로 꼽히던 러닝화 브랜드 ‘호카(HOKA)’가 위기를 맞았다. 러닝 붐을 타고 급부상했으나 나이키, 뉴발란스 등 전통 스포츠 브랜드들 약진으로 인기가 예전만 못한 가운데 국내 총판사 대표의 하청업체 관계자 폭행 논란으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호카의 국내 총판을 담당하는 조이웍스앤코 주가는 전일 대비 30%(540원) 급락한 1260원에 거래를 마감하며 최근 1년(52주) 최저가를 찍었다. 시장의 냉담한 반응은 리셀(재판매) 플랫폼에서도 확인된다. 한정판 거래 플랫폼 크림에서 호카의 대표 제품 중 하나인 ‘마파테 스피드’는 이날 기준 정가(24만원)보다도 20% 이상 저렴한 19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러닝 입문자용 신발로 유명세를 탔던 ‘본디9’ 거래가도 21만1000원으로 정가(21만9000원)보다 낮은 수준이다.최근 불거진 조성환 조이웍스앤코 대표의 폭행 논란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조 대표는 최근 서울 성수동의 한 폐교회 건물로 하청업체 관계자들을 불러 폭언과 폭행을 가한 것으로 알려져 소비자들의 공분을 샀다. 회사 측은 공식 사과하며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폭행 사실이 알려진 후 이틀간 조이웍스앤코 주가가 크게 하락하는 등 논란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 일부 소비자 사이에서는 불매 운동 조짐도 보이고 있다. 호카 미국 본사도 해당 업체와의 계약 해지를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논란이 커지자 조 대표는 지난 7일 대표이사직에서 사퇴했다. 그는 홈페이지를 통해 “저의 부적절한 행동으로 인해 많은 분께 큰 분노와 실망을 드린 점 고개 숙여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이번 사건은 전적

    3. 3

      한반도에 '북극 공기' 내려온다…내일부터 전국 곳곳 눈 소식

      한반도 상공에 영하 35도의 찬 공기가 밀려 내려오면서 전국 곳곳에 눈 소식까지 예보돼 주의가 당부된다. 8일 기상청에 따르면 9일부터 이틀간 전국에 눈이 내린다. 9일에는 내륙의 찬 공기와 남서풍이 충돌해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눈이 내리기 시작한 뒤 10일 새벽부터는 전국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10일까지 지역별 예상 적설량은 수도권 1~3㎝, 강원권 3~15㎝, 충청권 1~5㎝, 전라권 2~7㎝, 경상권 1~5㎝, 제주 산지 1~5㎝ 등이다. 특히 전라권은 10일 밤부터 매우 강하고 많은 눈이 내려 대설특보가 내려질 가능성이 높다.이번 눈은 한반도를 지나는 찬 공기의 여파다. 기상청에 따르면 현재 한반도 5㎞ 상공에는 영하 35도 이하의 찬 공기가 잇달아 지나고 있다. 이로 인해 강수와 위험 기상(풍랑, 강풍, 한파)이 반복해서 발생하는 요란한 날씨가 지속된다는 설명이다.월요일인 12일 오전부터는 북쪽 상공에 저기압이 통과하면서 또다시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비 또는 눈이 내릴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당분간 찬 공기가 유입돼 한파에 의한 피해 예방에 유의해야 한다"며 "동쪽지역을 중심으로 대기가 매우 건조한 만큼 화재 예방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한편 9일 아침 최저 기온은 영하 11~ 영하 2도, 낮 최고 기온은 3~10도로 예상됐다. 10일 아침 최저 기온은 영하 3~7도, 낮 최고 기온은 1~11도로 예보됐다.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