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 국내 증시가 지루한 '게걸음 장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여전히 실적 모멘텀(상승동력)이 유효한 정보기술(IT), 자동차 관련주(株)를 비롯해 턴어라운드 기대주인 조선, 건설주 등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15일 "짧게는 이달말 길게는 내달초까지 지수가 횡보할 수 있다"며 "이제부터 그간 짓눌려온 미국과 중국 경기지표의 확인이 필요한 시기인 동시에 1분기 '실적 시즌'을 앞두고 시장의 눈이 펀더멘탈(기초체력)로 쏠릴 예정이라서 갈수록 차익실현 욕구가 강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팀장은 "코스피 지수가 전날까지 '상승 랠리'를 보인 이유는 미국 경제가 다시 회복세로 돌아설 수 있다는 시장의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이라며 "추가상승을 위해선 기업들의 영업실적 개선 등 실제 경기적인 측면에서 확인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최근 지수가 연중 고점인 2050선에 도달하면서 1분기 실적이 명확한 업종과 그렇지 못한 업종들 사이에 주가 움직임이 차별화되고 있다"며 "기존의 IT와 자동차 등 수출주에 대한 시장의 기대는 여전한 반면에 화학, 정유주 등 국제유가 급등 영향 등으로 실적 예측이 불투명한 관련주들은 약세를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업종 차별화 현상은 다음달초까지 지속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커 IT와 자동차가 상승세를 이어가더라도 횡보장세가 불가피할 것이란 분석이다.

김 팀장은 "유동성이 여전히 우호적인 환경 속에서 글로벌 경기상황이 개선되면서 수혜를 볼 수 있는 관련주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호실적이 기대되는 IT와 자동차 이외에 턴어라운드 가능성이 높아진 조선주와 건설주도 노려볼 만하다"고 권했다.

전종규 삼성증권 투자전략팀 책임연구원도 "그간 미국의 경기회복세와 유럽발(發) 리스크 해소 과정이 주가 모멘텀으로 작용해 왔다면 내달까지 선진국들의 정책과 기업들의 영업실적 등을 확인해야 하는 '공백기'를 거쳐야 할 것"으로 진단했다.

또 "전인대 이후 지방정부의 투자 계획 등이 증시에 중요한데 이미 중앙정부가 부동산 억제 정책을 시사해 관련 모멘텀이 약화됐다"고 전 연구원은 설명했다.

전 연구원은 그러나 "앞으로 중국의 지준율 인하와 미국, 유럽내 은행 및 IT주의 주가상승이 지속될 수 있어 큰 폭의 지수조정은 없을 것"이라며 "실적 시즌까지 2000선을 지지선으로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