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택선 교수의 생생 경제] 엥겔계수의 경제학
지난해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지출동향이 발표되면서 엥겔계수가 높아졌다고 떠들썩했다. 소비지출 중 식료품과 비주류 음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하위 20% 계층에서 높아졌다. 2011년 이 비중은 20.7%로 2005년 이래 6년 만에 가장 높다는 것이다.

엥겔계수는 통계학자이자 경제학자인 독일의 엥겔이 고안한 개념으로 본래는 소득과 소비 사이의 관계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졌다. 엥겔은 애초에 소득이 증가할 때 각 상품에 대한 소비가 어떻게 변하는가 하는 이른바 엥겔곡선(소득-소비곡선)이라는 개념을 만들었다. 경제학에서는 주어진 소득을 가지고 최선의 선택을 하는데, 이때 각각의 상품들을 어떠한 수준에서 구입해야 효용을 가장 크게 할 수 있는지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학적으로 좀 복잡하고 어려운 이야기이지만 이 과정에서 소득이 변하더라도 식료품비의 지출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는 점에 착안해 소득이 낮은 계층일수록 전체 지출 가운데 식료품비 지출의 비중이 크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게 엥겔의 법칙이다. 바꿔 말하면 전체 소비지출 가운데 식료품비 지출의 비중을 엥겔계수라고 할 때, 소득이 낮을수록 엥겔계수가 높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식료품이 이론적으로 볼 때 이른바 필수재이기 때문에 소득이 준다고 소비를 크게 줄일 수도 없고, 소득이 증가한다고 크게 늘릴 수도 없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즉 소득탄력성이 매우 작기 때문에 가능한 주장인 것이다. 이러한 소득계층 간 엥겔계수의 차이를 응용하면 엥겔계수의 변화가 특정 소득계층에서의 변화, 다시 말해 경제상태가 좋아졌는지 나빠졌는지를 알아볼 수 있으며, 그래서 오늘날에는 엥겔계수 변화로 생활수준의 변화를 가늠하기도 하는 것이다.

이처럼 엥겔계수가 높아진 이유는 식료품 부문에서의 물가상승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물가상승률을 보면 전체 소비자물가상승률은 4.0%였는데,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의 경우 연간 7.5% 올라 지출목적별 구성항목 가운데 가장 높았다. 결국 구제역 파동 등에 따른 육류가격의 상승 등으로 식료품을 중심으로 크게 오른 물가가 서민경제에 더 큰 주름살을 만들었던 것이다.

엥겔계수가 높아졌다면 비중이 낮아진 항목은 무엇이었을까? 대표적인 것은 교육비다. 하위 20% 계층에서 교육비가 전체 소비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6.98%로 2003년의 7.08% 선보다 더 아래로 후퇴했다. 이는 2008년에 8.20%로 최고를 기록한 후 최근 들어 급속하게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 주류 및 담배의 지출비중은 같은 계층에서 2005년 2.29%로 가장 높았으나 이후 줄곧 줄어들어 지난해에는 1.55%로 감소했다. 아이들 교육비도 줄이고, 팍팍한 살림에 술 한잔으로 시름을 달랠 여유도 없어진 것 같아 가슴이 아릿하다.

노택선 < 한국외국어대 경제학 교수 tsroh@hufs.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