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 vs 적극' 의견 엇갈리지만 조정 땐 신규투자로 버팀목 기대
○조금씩 세지는 기관 매수 강도
기관은 주식형 펀드 대량 환매 등의 요인으로 1월 하순부터 줄기차게 매도로 일관하면서 올 들어 2조3563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당초 올 증시를 부정적으로 전망해 주식 비중을 낮춰놨다가 갑자기 증시가 급등하자 매수 타이밍을 놓쳤다. 이에 따라 최근까지 투자에 적극 나서지도 못했다.
기관의 기류에 변화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지난달 28일부터다. 기관들은 14일까지 11거래일 가운데 7거래일 동안 유가증권시장에서 매수 우위를 보여 총 377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2월 한 달간 기관의 순매도 금액은 2조7432억원에 달한다.
1, 2월에 매수 타이밍을 놓쳤던 일부 기관투자가들이 ‘더 이상 상승장에서 기회를 날려서는 안 되겠다’는 판단을 내려 기관의 매매 기조가 바뀐 것으로 전문가들은 풀이했다.
한 자산운용사 주식운용본부장(CIO)은 “자산운용사들의 경우 주식 투자 비중이 이미 상당한 수준으로 높아져 추가 매수 여력이 크지 않은 상황”이라며 “최근 매수 물량은 보험사나 연기금, 새마을금고 쪽에서 나왔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시장 버팀목 역할 할 듯
펀드매니저들 사이에는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달리는 말에 올라타야 한다”는 ‘적극론’과 “지금 들어가면 상투 잡는 것”이라는 ‘신중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기관이 시장 전체의 방향을 주도적으로 이끄는 장세를 기대하기는 다소 이르다”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전정우 삼성자산운용 주식운용1본부장은 “펀드매니저들도 뚜렷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시장이 오르기는 했지만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돌파한 이후 한동안 정체상태를 보여 뚜렷한 방향성을 잡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다만 기관이 지수가 최소한 지금 수준에서 더 빠지는 것을 막는 버팀목 역할은 확실히 해줄 것이라는 게 시장의 관측이다. 고석진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부사장은 “지난해 올해 증시를 부정적으로 전망했던 기관들이 연말 연초에 보유 주식을 상당량 내다팔았다”며 “증시가 조정을 받으면 이들이 언제든지 신규 투자에 나설 것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지수가 현 수준에서 큰 폭으로 하락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펀드 환매 진정되나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돌파하면서 계속되고 있는 주식형 펀드 환매는 ‘현재 진행형’이다. 하지만 지난달 말부터 주식형 펀드로 자금이 순유입되는 날이 조금씩 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이후 지난 13일까지 10거래일 동안 전체적으로는 2410억원이 순유출됐지만 5거래일 동안은 자금이 순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올 들어 지난달 27일까지 주식형 펀드로 자금이 순유입된 날은 모두 합쳐 6거래일에 불과했다.
강우신 기업은행 강남PB센터장은 “전반적으로는 환매 수요가 아직 많지만 지점별로 조금씩 분위기에 차이가 있다”며 “소액 적립식 펀드 비중이 높은 지점에는 펀드로의 자금 유입이 심심치 않게 이뤄지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송종현/임근호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