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가 증권거래를 이용한 탈세 행위 감시에 나서고자 하는 것은 증권시장이 탈세의 온상이 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는 최근 탈세 행위가 고도화ㆍ지능화되면서 선물ㆍ옵션과 같은 복잡한 파생상품 거래를 악용하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 관계자는 13일 "거래소가 탈세 혐의를 감시할 경우 선물ㆍ옵션 매매가 우선적인 관심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선물ㆍ옵션을 활용한 탈세는 주로 개별 주식 선물ㆍ옵션을 통해 이뤄진다.

주식 선물ㆍ옵션은 코스피200 선물ㆍ옵션과는 달리 거래가 뜸하기 때문에 매도자와 매수자가 서로 짜고 터무니없이 높거나 낮은 가격에 사고 팔 수 있다.

이를 `통정매매'라고 한다.

이런 거래를 반복하면 매도자와 매수자 사이에 대량의 자금 이전이 가능해진다.

만일 이들이 부자(父子) 관계라면 상속세를 내지 않고도 거액을 대물림할 수 있다.

거래소는 탈세를 목적으로 하는 이런 부(富)의 이전이 어떤 양태를 띄기 시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국세청은 이미 이런 신종 탈세 기법에 대해 칼을 빼들었다.

지난해 국세청은 편법ㆍ탈법 증여와 관련한 신종 수법을 색출하고 세무조사기법을 개발하기 위해 `첨단 탈세방지센터(FAC)'를 발족했다.

금융거래기법이 진화하는 데 비해 전통적 세무조사 기법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전산조사 전문요원을 대거 투입하면서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특히 국세청은 최근 투자 원금의 수백 배까지 손실과 수익이 발생하는 선물ㆍ옵션 등 파생상품을 통해 편법 증여가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한국거래소는 파생상품 시장뿐만 아니라 일반 주식시장에서의 탈세에도 주목하고 있다.

이는 해외 조세피난처에 해외펀드를 만들고 국내 관계회사의 주식을 저가로 양도하는 방식이 주로 쓰이고 있지만, 국내 주식시장에서도 탈세가 은밀히 이뤄지는 것으로 거래소는 파악하고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주식시장에서는 다단계 매매를 통해 탈세를 시도하는데 유동성이 워낙 큰 시장인데다 좀 더 조직적으로 이뤄지는 면이 있어 적발이 어렵다"며 "수법 연구를 통해 혐의가 보이면 추적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신재우 기자 withwi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