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에버랜드 상장 안한다는데…개인들은 "그래도 일단 사고보자"
한국장학재단이 보유 중인 삼성에버랜드 지분 매각 입찰에 의외로 많은 투자자가 몰리면서 한도가 다 찼다. 연기금 자산운용사 등 기관들은 거의 참가하지 않은 채 개인투자자들이 신탁이나 사모펀드(PEF)를 구성해 대거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9일 장학재단과 매각주관사인 동양증권에 따르면 장학재단이 보유한 에버랜드 지분 4.25%(10만6149주)에 대한 인수의향서(LOI) 입찰률이 100%를 넘어섰다.

인수의향서는 전날부터 받았지만 신청은 마감 시한인 이날 오후 5시가 다 돼서야 몰렸다. 대부분 개인투자자들이 참가한 신탁이나 PEF 형태였다.

수량은 최저 한도인 5000주(약 100억원어치)를 써낸 곳이 많았다. 대형 기관이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가격은 주당 200만원 안팎이 대부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말 삼성카드가 보유한 에버랜드 지분 17%가 KCC에 팔릴 때 가격은 주당 182만원이었다.

장학재단은 이번에 인수의향서를 낸 투자자 중 가격이 높고 수량이 많은 순으로 내주 중 입찰적격자를 선정한다는 계획이다. 장학재단은 내심 주당 200만원 이상에 팔 것을 기대하고 있다.

장학재단은 당초 에버랜드 보유 지분을 지난해 전량 처분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삼성카드가 돌연 KCC에 보유 중이던 에버랜드 지분 17%를 장부가(214만원)보다 싸게 넘기면서 매각 작업이 중단됐다.

재개된 매각작업도 순조롭지 않았다. 입찰의향서 접수 직전 삼성그룹에서 에버랜드의 기업공개(IPO) 계획이 없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동양증권은 금융권을 통해 거액 자산가들을 타깃으로 잡고 마케팅을 했다는 후문이다. 동양증권은 삼성그룹 대주주 일가가 지분을 직접 보유한 기업이란 사실과 사실상 지주사 역할을 한다는 점 등을 들어 에버랜드 주식을 장기 보유하면 투자가치가 있다고 강조해 왔다.

동양증권 관계자는 “단순 입찰률만 보자면 준비한 수량을 다 소화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