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비용만 1천만원?…"우린 20만원 들었는데"
1053만원. 결혼정보회사 선우가 2009년 전국 신혼부부 380쌍에게 질문한 결과 ‘결혼식’을 치르는 데만 드는 평균 비용이다. 신혼집, 예단, 예물 등을 모두 합쳐 신혼부부들이 결혼에 지출한 평균 비용은 1억7542만원에 달했다.

웨딩푸어(wedding poor·예식, 신혼집 장만 등 비싼 결혼 비용 때문에 빈곤해진 신혼부부)라는 말까지 생길 정도다. 서민들이 감당하기엔 힘든 게 아니냐는 지적이 계속되는 가운데 ‘알뜰한 결혼문화’ 를 정착시키려고 애쓰는 단체가 있다.

결혼식을 무료로 올릴 수 있게 도와주는 비영리 민간단체 ‘무료결혼식추진운동본부(무결추)’다. 지금까지 3000쌍이 넘는 커플이 이 단체를 통해 저렴하게 식을 올렸다.

◆무료 결혼식…지난해 825쌍

1999년 검소한 혼례문화를 내걸고 설립된 무결추는 무료로 웨딩홀과 본식용 드레스, 턱시도를 빌려주고 신랑신부 화장, 결혼앨범까지 제공한다. 지난해까지 신혼부부에게 가입비 20만원을 받아 운영비용으로 썼지만, 올해부터는 가입비도 생략하기로 했다. 무결추를 통해 식을 올린 커플은 2000년 36쌍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825쌍으로 크게 늘었다.

이탁인 무결추 본부장(51)은 “대학 졸업 후 웨딩홀 사진사 일을 하면서 한국의 결혼 비용이 부풀려져 있는 데다 ‘일생에 한 번뿐’이라는 생각에 과소비하는 경향도 만연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검소한 결혼식 문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이 본부장은 “한국은 ‘과시문화’가 굉장히 강하다”며 “체면을 중시하는 탓에 부를 과장되게 표현하고 자랑하려고 화려한 결혼식에 목을 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무료결혼식 활용하는 변호사·의사도

이 본부장이 13년간 이 일을 해오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이는 장애인 커플이다. 훤칠한 신랑이 기형적으로 키가 작은 신부와 결혼을 결심했지만, 집안 반대가 심해 물질적 지원이 끊기자 무결추를 찾았던 것. 이 본부장은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결혼식을 올리지 못할 뻔하다 우리 본부를 통해 식을 올리고 잘 사는 모습을 보는 것이 가장 뿌듯하다”고 했다.

최근에는 중산층이나 부유층도 무결추를 많이 찾는다고 한다. 2000년대 초ㆍ중반만 하더라도 회원의 90%가 경제적으로 어려운 이들이었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몇 년 전부터는 변호사나 의사 등 전문직종 회원도 크게 늘었다.

이 본부장은 “최근에는 허례허식이 싫어 찾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며 “당장 눈에 보이는 화려함이나 남의 시선에 얽매이지 않고 돈을 제대로 쓰려는 이들이 늘어난다”고 말했다.

◆소개비 받아 드레스, 턱시도 대여비로

결혼식이 사실상 무료로 가능한 이유는 ‘커플 소개비’ 덕분이다. 식장 예약이 꽉 차있는 경우가 거의 없는 일부 웨딩홀을 이용, 무결추에서 소개하는 커플에겐 빈 시간대에 식장을 그냥 대여해줄 수 있다.

물론 부대 식사비용은 계산이 된다. 주얼리숍이나 여행사, 한복집 등에 신혼부부를 연결시켜 주고 소개비를 받는다. 이 돈으로 드레스·턱시도 대여비 등을 충당한다. 이 본부장은 “업체들에서 받은 돈을 신혼부부들에게 되돌려주는 셈”이라고 말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