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회사채 발행금액이 3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 직후 기업들이 앞다퉈 발행한 채권의 상환만기가 집중됐지만 갚아야 할 돈보다 훨씬 많은 회사채가 발행되며 11개월 연속 순발행 추세를 이어갔다.
2008~2009년 당시와 비교해 훨씬 싼 이자로 조달한 신규자금은 자재 구입과 시설 투자에 유입되면서 실물경기 회복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회사채에 투자수요 몰려
8일 KIS채권평가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의 2월 회사채 발행액은 7조3766억원으로 2009년 2월(7조9863억원)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유럽 재정위기 부담 완화로 회사채 투자수요가 회복되면서 기업들이 투자와 차환(refinance)용 자금 조달에 적극적으로 나선 결과다.
만기상환 금액을 제외한 순발행 금액은 2조2511억원으로 2개월 연속 늘어났다. 이달 발행했거나 발행이 확정된 회사채도 3조원을 웃돌고 있어 대규모 발행 추세는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신환종 우리투자증권 크레디트 애널리스트는 “유럽 재정위기 부담 완화로 인한 위험자산 선호 현상으로 금융기관 투자수요가 회사채로 몰리고 있다”며 “이달에도 우량기업과 펀더멘털(실적)이 양호한 기업 중심으로 발행 증가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최근 회사채 발행금리는 국고채보다 높은 이자수익을 추구하는 금융기관 투자수요에 힘입어 3년 전과 비교해 훨씬 낮아졌다. 지난달 ‘AA-’ 신용등급 회사채(3년물) 금리는 평균 연 4.12%를 나타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현재(연 3.25%)보다 0.75%포인트 낮았던 2010년 말과 비슷한 수준이다. 2009년 2월 평균인 연 6.03%와 비교하면 2%포인트 가까이 낮아졌다.
○설비투자 확대 자극
낮은 이자로 장기간 돈을 빌릴 수 있는 금융시장 환경은 기업들의 수익성 개선에 도움이 되는 동시에 운영자금 확대와 설비 투자를 자극하고 있다.
SK가스와 대우건설은 지난 6일과 8일 차환용 자금과 별도로 1000억원과 770억원을 추가로 빌려 자재 구입과 협력사 결제대금으로 쓰기로 했다. 각각 5년과 3년 동안 돈을 빌려쓰는 데 드는 이자비용은 연 4.18%와 4.3%에 그쳤다. 한미약품은 임상실험비용으로 쓰기 위해 500억원, AJ렌터카는 영업용 차량구매에 200억원, 현대엘리베이터는 자재구매 대금으로 1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키로 했다. 이자는 모두 연 5%대 초반으로 결정됐다.
기업 차입금 일부는 설비 투자로 흘러들어가면서 실물지표 개선에 일조하고 있다. 통계청이 최근 공개한 국내 기업 1월 설비 투자는 전년 동월비 7.8% 증가해 7개월 만에 플러스로 전환했다.전지원 키움증권 연구원은 “유동성 증가 이후 제조업 평균 가동률과 설비 투자가 늘어나는 등 경기회복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며 “글로벌 제조업 업황 개선 추세를 감안할 때 국내 수출도 나아지면서 경기 회복을 뒷받침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