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연 "커피는 비밀을 지켜준다고…고종과 나눈 대사가 생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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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만에 '가비'로 영화 컴백
“보고 난 뒤 밥보다 커피가 당길 것 같은 영화예요. 울림과 떨림이 길어요. 완전한 사극도 현대극도 아닌 묘한 시대극이죠.”
영화 ‘가비’(감독 장윤현·15일 개봉)의 주연 배우 김소연(32·사진). 2년여전 방송드라마 ‘아이리스’의 첩보원 역으로 스타가 된 그가 ‘체인지’(1997년) 이후 15년 만에 영화에 출연했다.
‘가비’는 구한말 고종과 커피를 둘러싼 열강의 음모를 그린 시대극. 김소연은 최초의 바리스타 따냐로 분해 일본의 밀명을 받고 고종을 독살하기 위해 커피 시중을 들게 된다. 시원한 눈매와 오똑한 콧날의 도회적인 이미지를 잘 살린 배역이다. 8일 서울 사간동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시사회를 본 지인들은 고종에 대한 오해가 풀리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고 해요. 그가 나라와 백성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알게 된 거죠. 극중 따냐의 마음이 바로 그렇습니다. 제가 따냐 역에 몰입해 고종에게 느낀 감정을 관객들이 알아챈 듯해요.”
조선 역관의 딸인 따냐는 고종이 아버지를 암살했다고 오해해 러시아를 전전하며 복수심을 키운다. 러시아어에 능통하고 한 번 본 것을 모두 기억하는 비상한 두뇌를 지녔다.
“일본과 고종을 모두 반하게 할 만큼 매력적인 여성이죠. 용모뿐 아니라 지혜롭고 현명하고요. 초반에는 발차기로 남자들을 제압할 만큼 야생성을 드러내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여성성을 보여줍니다. 고종을 알면서 내적으로도 성숙해지고요.”
그는 고종과 커피에 대해 나눈 대사들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설탕을 넣지 말고 잠시 커피의 쓴맛을 즐겨보라고 권하죠. 커피의 깊은 맛을 음미하라는 함축적인 의미예요. 커피를 마시며 하는 말이란 먼지처럼 가벼운 것이라며 여기서 들은 말을 (일본에) 옮기지 않겠다고도 약속합니다. 커피는 어쩐지 비밀을 지켜줄 것 같은 존재예요.”
장윤현 감독의 출연 제안을 받고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장 감독은 ‘접속’ ‘황진이’ 등에서 여배우의 매력을 잘 포착했다.
“장 감독은 여자의 매력을 살려내는 힘을 지녔어요. 장 감독을 거친 뒤 제 연기도 달라졌어요. 가령 눈 연기에서 불필요한 힘을 뺐죠. 따냐는 속마음을 감춰야 하는 냉정한 연기를 해야 했어요. 과한 터치가 없더라도 관객들이 느껴줬으면 좋겠습니다.”
그는 따냐 역을 위해 ‘화양연화’의 장만위를 떠올렸다. 잔상과 여운이 오래 남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촬영 전 ‘화양연화’를 다시 보며 침묵과 절제의 미를 깨달았다. 참 멋진 여자였다.
“‘가비’로 뒤늦게 영화와 인연이 닿은 게 행운이죠. 15년 전 ‘체인지’에서 고교생 역을 한 뒤 영화는 나중에 하기로 결심했어요. 당시 신인 여배우에게 바라는 것이 너무 자극적이고 폭력적이었거든요.”
영화와 방송 드라마의 차이에 대해서는 “영화는 찍은 뒤 더 매력적”이라고 표현했다. 배역이 지닌 감정을 개봉 전 홍보기간까지 계속 가져야 하는 것은 힘겹지만 홍보활동을 하는 동안 행복을 느낀다는 것이다. 반면 방송 드라마는 촬영할 때 매력이 있으며 방송이 끝난 뒤에는 약간 허무해진다고.
“영화와 방송을 넘나들며 활동하는 게 좋아요. 데뷔 때 롤모델을 삼은 메릴 스트리프처럼 파격적인 배역을 소화하며 오래도록 연기를 하고 싶어요.”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
영화 ‘가비’(감독 장윤현·15일 개봉)의 주연 배우 김소연(32·사진). 2년여전 방송드라마 ‘아이리스’의 첩보원 역으로 스타가 된 그가 ‘체인지’(1997년) 이후 15년 만에 영화에 출연했다.
‘가비’는 구한말 고종과 커피를 둘러싼 열강의 음모를 그린 시대극. 김소연은 최초의 바리스타 따냐로 분해 일본의 밀명을 받고 고종을 독살하기 위해 커피 시중을 들게 된다. 시원한 눈매와 오똑한 콧날의 도회적인 이미지를 잘 살린 배역이다. 8일 서울 사간동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시사회를 본 지인들은 고종에 대한 오해가 풀리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고 해요. 그가 나라와 백성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알게 된 거죠. 극중 따냐의 마음이 바로 그렇습니다. 제가 따냐 역에 몰입해 고종에게 느낀 감정을 관객들이 알아챈 듯해요.”
조선 역관의 딸인 따냐는 고종이 아버지를 암살했다고 오해해 러시아를 전전하며 복수심을 키운다. 러시아어에 능통하고 한 번 본 것을 모두 기억하는 비상한 두뇌를 지녔다.
“일본과 고종을 모두 반하게 할 만큼 매력적인 여성이죠. 용모뿐 아니라 지혜롭고 현명하고요. 초반에는 발차기로 남자들을 제압할 만큼 야생성을 드러내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여성성을 보여줍니다. 고종을 알면서 내적으로도 성숙해지고요.”
그는 고종과 커피에 대해 나눈 대사들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설탕을 넣지 말고 잠시 커피의 쓴맛을 즐겨보라고 권하죠. 커피의 깊은 맛을 음미하라는 함축적인 의미예요. 커피를 마시며 하는 말이란 먼지처럼 가벼운 것이라며 여기서 들은 말을 (일본에) 옮기지 않겠다고도 약속합니다. 커피는 어쩐지 비밀을 지켜줄 것 같은 존재예요.”
장윤현 감독의 출연 제안을 받고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장 감독은 ‘접속’ ‘황진이’ 등에서 여배우의 매력을 잘 포착했다.
“장 감독은 여자의 매력을 살려내는 힘을 지녔어요. 장 감독을 거친 뒤 제 연기도 달라졌어요. 가령 눈 연기에서 불필요한 힘을 뺐죠. 따냐는 속마음을 감춰야 하는 냉정한 연기를 해야 했어요. 과한 터치가 없더라도 관객들이 느껴줬으면 좋겠습니다.”
그는 따냐 역을 위해 ‘화양연화’의 장만위를 떠올렸다. 잔상과 여운이 오래 남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촬영 전 ‘화양연화’를 다시 보며 침묵과 절제의 미를 깨달았다. 참 멋진 여자였다.
“‘가비’로 뒤늦게 영화와 인연이 닿은 게 행운이죠. 15년 전 ‘체인지’에서 고교생 역을 한 뒤 영화는 나중에 하기로 결심했어요. 당시 신인 여배우에게 바라는 것이 너무 자극적이고 폭력적이었거든요.”
영화와 방송 드라마의 차이에 대해서는 “영화는 찍은 뒤 더 매력적”이라고 표현했다. 배역이 지닌 감정을 개봉 전 홍보기간까지 계속 가져야 하는 것은 힘겹지만 홍보활동을 하는 동안 행복을 느낀다는 것이다. 반면 방송 드라마는 촬영할 때 매력이 있으며 방송이 끝난 뒤에는 약간 허무해진다고.
“영화와 방송을 넘나들며 활동하는 게 좋아요. 데뷔 때 롤모델을 삼은 메릴 스트리프처럼 파격적인 배역을 소화하며 오래도록 연기를 하고 싶어요.”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