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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종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 천하의 애플도 두려워하는 이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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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툰 영어 프레젠테이션…잡스 같은 카리스마 없지만

    Cover Story -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신종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
    신종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 천하의 애플도 두려워하는 이 남자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인 신종균 사장이 지난해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한 ‘갤럭시S2 프레젠테이션’은 충격적이었다. 신 사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생중계된 프레젠테이션에서 ‘된장 발음’ 영어로 갤럭시S2에 관해 설명했다. 트위터에서는 ‘삼성에는 영어 잘하는 사람이 없냐’는 둥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올라왔다.

    스티브 잡스의 깔끔한 프레젠테이션에 익숙해져 있던 IT마니아들에겐 상당히 낯선 풍경이었을 게 분명하다. 외모에서도 잡스 같은 카리스마를 풍기지 않았다. 순박한 시골 아저씨 같다고나 할까. 하지만 신 사장은 천하의 애플이 가장 두려워하는 존재다. 영어 발음도 신통찮고 성품도 소박하지만 지구촌 곳곳에서 애플을 압박하며 매출 50조원짜리 무선사업부를 이끌고 있다.

    ○박병엽 “집요하면서 합리적인 분”

    영어 프레젠테이션에 대한 신 사장의 변은 이렇다. “영어를 잘 못하고 숫기도 없고 그래서 피하고 싶은데 ‘대표가 안하면 안된다’고 하니 내 일이구나 하는 마음으로 하고 있어요. 피할 수 없다면, 그래서 이왕에 할 거라면 잘해야지 하면서 해요. 그런데 제 모습을 나중에 돌려보면 ‘이렇게밖에 못하나’ 하는 생각도 들죠.”

    신 사장은 애플 아이폰이 돌풍을 일으키면서 “삼성은 그동안 뭘 했느냐”는 질타가 쏟아지던 2009년 1월 무선사업부장에 임명됐다. 3년이 지난 지금 매출에서 선두 노키아를 제쳤고 스마트폰 시장에선 애플과 초박빙의 접전을 벌이며 선두를 다투고 있다. 신 사장은 도대체 무슨 마술을 부렸단 말인가.

    평소 신 사장을 “존경한다”고 말하는 박병엽 팬택 부회장에게 물었더니 답이 명확했다. “집요하면서도 매우 합리적인 분입니다. 집요한 사람은 대부분 고집이 세고 독선적인데 신 사장님은 그렇지 않아요. 그래서 다들 믿고 따르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신 사장은 스스로 어떻게 얘기할까. 한 마디로 좀처럼 자신을 내세우지 않는다. “저는 인복이 많은 사람이에요. 제가 가진 역량은 크지 않지만 주위에 훌륭한 사람이 굉장히 많아요. 하버드, 컬럼비아, 노스웨스턴, MIT 졸업한 사람들… 삼성에 우수한 인재들이 많잖아요. 저는 부하들이 신나게 일하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해 주려고 노력해요.”

    자발적으로 일하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주면서 이를 ‘인복’이라고 표현했다. 신 사장은 2010년 여름 어느 주말에 경기도 분당에 사는 직원들과 율동공원에서 ‘아침산책’을 한 적이 있다. 도중에 갑자기 비가 쏟아지는 바람에 찻집에 들어가 직원들과 대화를 했는데 당시 내용을 보면 왜 부하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일하는지 알 만하다.

    사장: 다들 바쁘죠? 안 바쁜 사람?

    사원: 안 바쁘다고 하면 일을 더 주실 것 같은데요 히히.

    사장: 나는 늦게까지 일하라는 말을 안하는데 다들 늦게까지 하더라고. 나는 절대 그런 말 안했어요.

    사원: 와전됐나요? 이젠 야근 안할게요. 안해도 되죠? 히히.

    사장: 대신, 과제를 언제까지 끝내라는 얘기는 했지 하하하.

    신 사장은 이날 직원들에게 2009년 1월 무선사업부장으로 임명됐을 때 심정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두려움도 있었죠. 그때 믿은 건 긍정의 힘이었어요. 여러분을 믿었기에 한 번 해보자고 했죠. 그런데 정말 잘 해냈잖아요. 매출 50조원이 넘는 큰 조직을 이끌어야 하는 부담감은 엄청나죠. 내가 실수하면 큰일나니까. 이럴 때마다 속으로 ‘잘 할 수 있어’라고 외치곤 했어요.”

    ○오기와 근성의 신화

    신 사장은 이른바 ‘이건희폰’ ‘벤츠폰’ ‘블루블랙폰’ 등의 개발을 주도했던 인물이다. 1997년에는 GSM(유럽방식) 휴대폰 첫 모델인 ‘SGH-200’도 개발했다. 그러나 유럽 메이커들에 밀려 GSM폰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을 때 ‘SGH-600’을 성공시킴으로써 삼성이 글로벌 메이커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이런 사연이 있기에 신 사장은 ‘SGH-600’ 개발을 가장 보람 있었던 일로 기억한다. 엔지니어로서의 근성은 젊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신 사장은 사원들에게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젊었을 때 지금으로 따지면 갤럭시S 같은 제품을 개발한 적이 있어요. 그땐 나도 밤을 엄청 샜는데… 독종이었지. 72시간을 뜬 눈으로 샘플을 만들었으니까. 잠 한 숨 안자고 72시간. 꼬박 사흘이잖아요. 그 정도로 독종이었어 내가, 하하하.”

    신 사장의 근성에 대해서는 회사 주변 사람들의 평가도 일치한다. “최지성 부회장, 신종균 사장, 윤부근 사장의 공통점이 뭔지 아세요. 승부욕이 대단히 강하다는 점이죠. 신 사장은 최지성 부회장이 무선사업부장으로 일할 때 개발팀장이었는데 승부사 기질을 그대로 전수받은 것 같아요. 개발에 몰두할 때는 토요일도 없고 일요일도 없이 매달리죠. 개발자들한테는 자존심이라는 게 있잖아요. 지는 건 못참는.”(삼성그룹 관계자)

    무선사업부는 지난해 매출 55조5000억원, 영업이익 8조3000억원을 기록해 삼성전자 내에서도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세계적으로는 스마트폰 판매대수 1위, 휴대폰 판매대수 2위를 차지했고 올해는 휴대폰 판매대수에서도 1위를 넘본다.

    따지고 보면 신 사장은 명문대 출신도 아니고 영어도 ‘빠다 발음’은 아니다. 신 사장은 인하공전을 다니다가 광운대에 편입했다. 전자공학 석사나 박사도 아니다. 그냥 학사다. 이런 그가 조직의 장이 돼 조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실력을 발휘하게 한 데는 학벌 따지지 않고 성과와 능력만으로 평가하는 인사관리가 큰 몫을 했다. 그런 그를 믿고 조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열심히 일한 결과이기도 하다. 신 사장은 직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무선사업부 사람들은 정말로 열심히 맡은 일을 해요. 근면 성실이 우리 사업부의 첫 번째 장점이죠. 두 번째 장점은 빠르다는 것이에요. 일 처리가 얼마나 빠른지 몰라요. 세 번째는 제가 무슨 말을 해도 ‘노(No)’라고 하는 사람이 없어요. 다소 무리한 지시이고 계획인 것 같아도 긍정의 힘을 믿고 수용하는 것 같아요.”

    신 사장은 최근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2’를 계기로 새 변신을 주도하고 있다. 삼성은 이 전시회에서 ‘갤럭시S3’를 발표하지 않았다. 사실상 ‘갤럭시노트 10.1’ 하나만 내놓고 부스에서 다양한 사용방식을 시연했다. 화가를 동원해 캐리커처를 그려줬고 갤럭시노트 활용 수업도 시연했다.

    부스에서 갤럭시노트 사용방식만 시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보여줄 게 없어서 그랬을까. 신 사장 설명을 들으면 그렇지 않다. ZTE 화웨이 등 중국 업체들이 맹렬히 추격해오고 있는 지금 삼성은 뭔가 다른 시도를 하기 시작했다.

    “노트라는 새 카테고리를 만들어냈습니다. 펜으로 입력하는 게 성공할 수 있겠느냐고 물으셨는데 단호하게 성공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손으로 쓰는 아날로그 감성을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감성 경험은 갈수록 중요해질 거라고 봅니다. 이번에 내놓은 갤럭시노트 10.1은 기존 5.3보다 아날로그적 감성이 훨씬 발전한 제품입니다. 고객에게 기술과 감성을 동시에 제공할 수 있는 기업이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신 사장에게 앞으로 무선사업부를 어떻게 키우고 싶으냐, 그렇게 하기 위해 어떻게 하려느냐고 따로 물었다. 신 사장은 ‘자율’ ‘창의’ ‘혁신’ ‘도전’ 등을 강조하며 이렇게 답했다.

    “가치있는 제품을 만들어 적기에 공급하는 것이 기업의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제품, 혁신적인 제품을 계속 출시해 전 세계 고객으로부터 진정으로 사랑받는 기업을 만들고 싶습니다. 기업에서는 무엇보다 사람이 중요합니다. 자율적으로, 창의적으로 일하는 근무환경을 조성하고 과감히 도전하는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혁신 DNA와 빠른 실행력을 잘 접목해 스마트 시대를 선도해 나갈 것입니다.”

    김광현 IT전문기자 khkim@hankyung.com


    ◆ 신종균 사장 약력

    ▲1955년: 서울 출생 ▲1974년: 영등포고등학교 졸업 ▲1974년: 인하공업전문대 전자공학과 입학 ▲1981년: 광운대 전자공학과 졸업 ▲1984년 12월: 삼성전자 입사 ▲2004년 2월~2006년 1월: 무선사업부 개발2팀장(전무) ▲2006년 1월~2009년 1월: 무선사업부 개발실장(부사장) ▲2009년 1월: 무선사업부장 부사장 ▲2010년 10월: 무선사업부장 사장 ▲2011년 12월: DMC 부문 IM 담당 겸 무선사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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