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제재에"…중소 車부품업체들 시름
경기도 안산의 자동차용 인발강관 제조업체 B사의 A대표는 요즘 공장 창고를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작년 12월 이란 수출을 위해 생산해 놓은 부품들이 아직까지 쌓여 있기 때문. A대표는 “이란에 대한 금융 제재 때문에 두 달째 물건을 실어나르지 못했다”며 “제재 상황이 수시로 바뀌기 때문에 불안감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계속되는 이란 무역 제재로 국내 중소 자동차 부품 업체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신용장을 개설한 후 선적이 이뤄지지 않은 수출 물량을 놓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탓이다. 차량용 완충기 제조업체 K사 이모 대표는 “발주를 받아 놓고 선적하지 못한 물량이 200만달러어치”라며 “경영에 큰 주름살이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2010년 미국이 핵 합의를 파기한 이란에 대한 금융 제재를 단행한 이후 정부는 국제사회 공조에 동참해 이란과의 직접 교역을 금지해왔다. 다만 같은해 10월 이란 중앙은행의 원화 계좌를 국내 은행에 개설해 원화로 결제하는 방안을 마련해 교역을 지속하도록 했다. 하지만 미국이 지난 2월 이란 최대 민간은행인 테자랏은행을 거래 금지 은행으로 추가시키면서 이란 리스크가 다시 대두돼 왔다. 정부 관계자는 “지난달 말 미국과 협의를 거쳐 이란 중앙은행의 원화계좌를 개설한 국내 금융회사의 비석유거래는 허용하는 것으로 최종 가닥을 잡았다”며 “당분간 큰 피해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제재 상황이 수시로 바뀌면서 업계 불안감은 가중된 상태다. 한 관계자는 “테자랏은행을 통해 거래하던 중소기업들은 복잡한 과정을 거쳐 거래처를 바꿔야 한다”며 “다른 은행으로 바꾼다 해도 추가 제재 대상 은행이 계속 늘고 있어 불안이 가시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