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 가운데 하나는 보육비 부담이다. 천정부지로 뛰어오른 교육비를 생각하면 아무리 허리띠를 졸라매도 생활고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 아이가 심각한 병에 걸리기라도 하면 아예 가정경제 자체가 휘청할 수도 있다. 어린이 예금과 적금부터 어린이펀드 어린이보험까지 아이들을 위한 금융상품에 관심을 둬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문가들은 어린이 관련 금융상품은 아이들의 금융 지식을 높여주는 경제 선생님 역할까지 톡톡히 해주기 때문에 꼼꼼히 챙겨둘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어린이 예·적금·펀드로 우리 아이 '금융지혜' 높여 주세요

◆우대금리 주는 어린이 예·적금

시중은행들은 미래 고객 창출 목적에서 어린이 및 청소년 고객을 위해 다양한 상품을 내놓고 있다. 우대이자를 주거나 교육비를 줄여주는 상품이 많다.

국민은행이 만 18세 미만 주니어 고객에게 판매하는 ‘KB 주니어 Star 통장·적금·체크카드’는 입출금이 자유로운 통장과 자유 적립식 적금, 체크카드 등으로 구성됐다. 스쿨뱅킹, 휴대폰요금 등의 자동이체 또는 ‘Star 체크카드’ 결제실적이 있거나 ‘Star 적금’에 가입한 고객 등에겐 결산기 평균잔액 중 50만원 이하의 금액까지 연 4%의 우대금리가 제공된다. ‘Star 적금’은 기본이율 3.5%에 가족 가운데 2명 이상이 국민은행 고객이면 최대 0.2%포인트의 금리를 더해준다. ‘Star 체크카드’는 유해업종 가맹점에선 결제가 되지 않는 ‘클린카드’ 기능을 갖고 있다.

우리은행의 대표적 어린이 금융상품은 ‘아이맘 자유적금’을 꼽을 수 있다. 자유적립식 적금상품으로 부모와 자녀가 함께 가입하면 각각 0.5%포인트 우대금리를 지급한다. 주택청약종합저축에 가입한 경우에도 0.5%포인트 추가적인 금리 혜택이 있다. 강남 유명학원 스타 강사진의 인터넷 동영상 강의를 10% 할인해주고 ‘베스트 어학강좌’를 수강할 때도 10% 할인혜택을 준다.

신한은행의 ‘신한 키즈&틴스 생애 첫 통장·적금’은 만 12세 이하 어린이가 대상 고객이다. 통장은 가입자가 쉽게 영어공부를 할 수 있도록 ‘영어인자문구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금융교육과 함께 조기 영어교육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3년제 자유적립식 상품인 적금은 추가 우대금리를 포함해 최고 연 4.2%의 이자를 받을 수 있다.

하나은행은 임신과 출산 때 최고 0.6%포인트 우대금리를 주는 상품을 내놨다. 임신시(가입 후 임신 포함) 0.2%, 자녀출산 때 최고 0.3%, 3만원 이상 자동이체시 각각 0.1%포인트의 우대금리가 주어져 최대 연 4.5%까지 이자를 받는다.

기업은행은 만 5세 이하 영유아 전용 적금인 ‘IBK 탄생기쁨 적금’을 팔고 있다. 이 적금은 자녀를 위한 생애 최초 재테크 상품으로 첫째 자녀에게 0.1%포인트, 둘째 자녀에게는 0.2%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지급한다. 또 첫거래 고객에게는 0.2%포인트, 자동이체할 경우 0.2%포인트의 금리를 추가로 준다. 월 2만원 이상 30만원 이하로 적립 가능하며 고객이 자유롭게 통장 이름을 지어서 사용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필요한 목돈은 펀드로 마련

확정금리를 지급하는 어린이 금융상품만으로 교육비 인플레이션을 대비하기 어렵다고 생각되면 어린이펀드에 관심을 둘 만하다. 대학진학이나 유학 같은 학자금과 결혼자금 등 장기적으로 준비해야 하는 목돈은 아무래도 펀드가 제격이다. 최근 들어 어린이펀드의 수익률이 예상보다 높지 않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지만 장기투자인 만큼 단기 실적에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는 반론도 나온다.

다양한 부가서비스가 제공되고 어린이 경제교육이라는 목적에도 비교적 충실히 부합하고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게다가 어린이펀드를 활용하면 증여세 절약 효과도 누릴 수 있다. 만 19세까지는 10년 단위로 1500만원씩, 20세 이후에는 3000만원까지 증여세 공제 혜택이 있다. 현행 증여세율은 10~50%다.

어린이펀드 계좌를 개설하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 부모가 주민등록등본을 가지고 증권사 등을 방문하면 된다. 부모 명의로 가입하면 세제혜택이나 보험 및 경제캠프 등 부가적인 서비스를 받을 수 없으므로 자녀 명의로 가입하는 것이 좋다. 펀드를 고를 때는 투자 기간이 길수록 주식형이 유리하다. 채권형이나 혼합형은 수익성보다는 안정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어린이펀드를 고를 때는 운용사 간의 수익률 차이가 만만치 않기 때문에 운용사의 역량이나 펀드매니저의 교체 등을 중점적으로 따져봐야 한다.

어린이펀드에 들었다면 아이와 함께 경제와 주식 공부를 해보는 것이 좋다. 주요 증권사들은 인터넷을 통해 어린이 경제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의 ‘우리 쥬니어네이버 적립식 주식형펀드’는 포털사이트 네이버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우리 쥬니어 네이버 펀드관’이라는 전용 채널로 펀드 및 경제 관련 상식을 제공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온라인상에서 동영상과 애니메이션을 통해 금융교육을 받을 수 있는 어린이 금융교육 전용 사이트를 마련했다. 또 가입 고객 자녀들에게 애니메이션 등을 활용한 눈높이 신탁운용보고서가 이메일을 통해 매월 발송된다. 삼성증권은 ‘삼성 착한아이 예쁜아이 홈페이지’(kids.samsungfund.com)를 통해 다양한 경제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고 ‘어린이용 운용보고서’도 제공한다.

◆어린이보험은 보장 범위와 기간이 핵심

어린이보험은 1만~3만원 정도의 비교적 저렴한 보험료로 자녀의 선천성 질병부터 평생 동안 사고의 위험과 질병 등을 보장해준다. 태아보험은 어린이보험을 임신 때부터 들어놓은 것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어린이보험은 의료실비를 보장하는 실손보험과 백혈병이나 고액의 치료비가 필요한 중대질병부터 입원 수술비를 보장하는 정액보험으로 나뉜다. 의료실비를 보장하는 보험은 손해보험사에서, 고액의 치료비 등을 보장하는 보험은 생명보험사에서 취급한다. 실손보험은 질병으로 고액의 치료비가 필요할 때 보장액이 5000만원 한도로 제한되고 불의의 사고로 장해를 입어 실비가 별로 들어가지 않는 경우 불리한데 정액보험으로 이를 보완할 수 있다. 최근에는 정액보험과 실손보험을 동시에 가입할 수 있는 형태의 어린이보험도 많이 나왔다.

어린이보험을 선택할 때는 짧게는 10년, 길게는 평생을 가입하기 때문에 어느 금융상품보다 세밀하게 따져봐야 한다. 가장 먼저 살펴볼 것은 질병과 사고를 빠짐없이 보장 받을 수 있는 상품인지 여부다. 가격이 저렴하면 이런저런 질병이 빠져 있어 나중에 사고를 당한 뒤 큰 후회를 할 수 있다. 일부 어린이보험(정액보험)은 병원에 입원하거나 수술하지 않는 통원 치료에 대해서는 보장을 해주지 않는 사례도 있다.

소요되는 치료비만큼 충분히 보장받을 수 있는지도 핵심 체크포인트다. 소아백혈병의 경우 치료비가 1000만원을 훌쩍 뛰어넘고 많게는 1억원을 넘기도 한다.

보장받는 기간도 생각해야 한다. 보험료에 큰 차이가 없다면 보장기간은 길수록 좋다. 대개 어린이보험은 짧게는 15세부터 길게는 30세까지 보장한다. 최근에는 어린이 질병부터 성인 질병까지 전 생애를 보장하는 형태의 80세 만기, 100세 만기 어린이보험도 출시됐다. 보장기간이 길면 순수형과 환급형의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에 환급형을 골라 만기 때 목돈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할 만하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