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이후 크고 작은 변화 잇따라
3세 경영체제 대비 분석도

삼성그룹에 크고 작은 변화들이 잇따르고 있다.

변화가 개별적으로, 시차를 두고 진행되고 있어 연결고리를 찾기는 쉽지 않지만 향후 삼성그룹의 틀을 염두에 둔 포석일 수도 있어 재계가 예의주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주회사로 가는 움직임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고 또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 등 3세들의 경영체제를 염두에 둔 움직임이라는 시각도 있다.

◇ 삼성전자 사업재편 주목 = 6일 재계에 따르면 작년 말부터 그룹의 핵심인 삼성전자가 조금씩 모양을 바꿔가고 있다.

일부 사업은 떼어 내고 또 특정 사업에는 새로 뛰어들고 있다.

최근의 변화중 가장 주목할 만한 사안은 LCD사업부의 분사.
삼성전자는 급변하는 디스플레이 시장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에서 4월1일자로 LCD사업부를 분사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LCD사업부는 향후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S-LCD 등과의 통합도 검토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에 앞서 삼성LED를 합병하기로 했으며 소니와의 합작사업(S-LCD)은 정리했다.

또 지난해 12월에는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사업을 씨게이트에 매각했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통신장비사업도 떼어 내 삼성SNS로 개명하는 서울통신기술에 넘길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서울통신기술은 이재용 사장이 지분 45%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서울통신기술은 이 같은 사업 조정을 부인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새로운 사업인 바이오의약품 사업에 뛰어들었다.

바이오의약품 사업은 삼성그룹이 꼽은 신수종사업의 하나이며, 이를 담당할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삼성전자는 1천200억원을 출자해 지분 40%를 확보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삼성그룹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계열사여서 이 같은 사업 내용의 조정과 지분 변동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 에버랜드 주식 7.89% 향방에 촉각 = 삼성전자가 사업내용을 바꿔가는 사이에 삼성에버랜드는 큰 폭의 지분 변동이 예고돼 있다.

한국장학재단 보유 삼성에버랜드 주식 4.25%가 8-9일에 매각된다.

이 주식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막내딸인 고 이윤형씨가 보유했던 것으로 삼성그룹이 사회공헌차원에서 교육부에 기부했고 이를 장학재단이 관리해 왔다.

삼성에버랜드는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회사여서 4.25%의 향방이 큰 관심을 끌고 있다.

현재 삼성에버랜드 지분은 삼성 오너 일가와 계열사가 69.04%를 가지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 25.1%, 삼성카드 8.64%,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이 각 8.37%, 제일모직, 삼성전기, 삼성SDI 4.0% 등이다.

이건희 회장도 3.72%를 가지고 있다.

한국장학재단의 보유 주식 4.25%가 삼성에버랜드, 나아가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를 변화시킬 정도는 아니지만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회사의 대규모 지분 이동은 재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하다.

아울러 삼성카드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중 3.64%도 다음달까지는 매각된다.

삼성카드는 금융산업구조개선법에 따라 삼성에버랜드 지분을 5%미만으로 낮추기 위해 작년 12월에 보유지분중 17%를 KCC에 매각했으며 현재 보유중인 8.64%중 최소 3.64%도 처분해야 한다.

내달까지 주인이 바뀔 에버랜드 주식은 총 7.89%에 이르는 셈이다.

지난해 17%의 지분을 사 들인 KCC는 단번에 2대주주로 올라섰었다.

◇ 지주회사 체제로? 삼성그룹은 "노" = 이 같은 삼성전자의 변화, 에버랜드 지분 구조 변동 등과 관련해 일각에서는 삼성그룹이 틀을 바꾸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특히 2010년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미래전략실) 부활과 이재용 사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의 경영 전면 배치와 연계, 3세 경영체제를 염두에 둔 작업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즉 미래전략실이 부활돼 삼성그룹의 장기적인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그룹을 3세들에게 적절한 수준에서 나눠주기 위한 조치라는 것.
하이투자증권 이상헌 연구원은 5일 낸 보고서에서 미래전략실을 축으로 한 신수종사업 추진과 삼성전자의 LCD사업 분사 등을 거론하면서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이벤트 등을 고려할 때 삼성그룹 지배구조 변화의 윤곽이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삼성그룹의 변화 방향과 관련해서는 지주회사를 꼽았다.

그는 "지주회사 전환은 엄청난 자금이 소요될 것이어서 향후 3-4년 기간을 정해놓고 단계별로 지주회사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전자계열, 물산계열, 금융계열 등으로 분리될 것으로 전망하기도 한다.

어떤 형태가 되든 삼성그룹의 분리 작업은 이미 시작됐으며 앞으로 더 속도를 낼 가능성이 높다고 삼성그룹 주변에서는 보고 있다.

특히 최근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이 이건희 회장을 상대로 상속분 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하는 사태가 발생한 것을 지적하면서 삼성그룹의 3세 경영체제에서 불미스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그룹 나누기를 더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삼성그룹이나 계열사의 관계자들도 이러한 변화의 바람을 감지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형태로 바뀌어 갈지에 대해서는 말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한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볼 때 지주회사로 가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 "우리도 어떻게 바뀔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성제 기자 sung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