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유류세 개편 '이러지도 저러지도…'
고유가 행진이 이어지면서 정부가 유류세 개편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시행 여부는 국제유가 추이 등을 봐서 최종 결정하겠지만 일단 실행 방안을 만들어 놓을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소득별, 차종별로 유류세에 차등을 두는 방안과 나중에 세금을 돌려주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으나 모두 실효성이 떨어져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류세 차등화 검토

정부, 유류세 개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모든 사람에게 유류세를 낮춰주는 것보다는 선별적으로 하는 게 더 효과가 크다고 본다’는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의 발언에 대해 백운찬 재정부 세제실장은 “유류세를 일률적으로 내리지는 않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4000cc 대형차를 타면 유류세를 더 내는 게 맞는 것 아니냐”고 했다.

문제는 ‘어떻게 선별적으로 유류세를 낮출 수 있나’ 하는 점이다. 현행 유류세는 ℓ당 일정액의 세금을 부과하는 소비세여서 ‘누가’ 기름을 구입하는지는 전혀 관계가 없다.

차량 크기에 따라 세금을 달리 부과하는 쪽으로 유류세를 바꾸는 것도 쉽지 않다. 저소득층이라고 해서 대형차를 타지 말라는 법도 없고, 고소득자들이라고 해서 모두 대형차를 타는 것도 아니다. 소형차에만 세금을 깎아주면 미국 등과 통상마찰을 일으킬 수 있다. 차종별 또는 개인별 유류세를 달리 부과해 판매가격에 차등을 두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이 재정부의 설명이다.

○유가환급금 재시행?

정부는 이 때문에 2008년 시행했던 유가환급금 제도를 활용하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 당시 정부는 연소득 3600만원 이하 근로자와 2400만원 이하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유류 소비 여부에 관계없이 6만~24만원의 유가환급금을 지급했다. 말만 유가환급금이지 실제로는 영세 자영업자와 저소득층에 대한 세금 환급 조치였다.

4월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현금 살포’ 효과를 내는 세금 환급 정책을 다시 쓰기가 부담스럽고, 투입해야 하는 재정지출에 비해 유가 인하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것 등이 한계다. 정치권 포퓰리즘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마저 ‘세금 나눠주기’에 나서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교통세법 개정?

교통에너지환경세법을 바꿔 유류세에 차등을 두는 것도 검토할 수 있는 방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생계를 위해 기름을 사용한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소비자에게는 유류세를 적게 부과하는 기름을 판매하는 방안이다. 대신 고소득층에 대한 유류세를 올리면 세수 감소를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방법도 현실적으로 구분 기준이 모호하고 행정 비용이 과도하게 들어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올 수 있다.

재정부 세제실 환경에너지세제과 관계자는 “정책 취지도 살리고 실효성도 갖춘 방안을 찾는 것이 쉽지 않다”며 “국제유가가 안정돼 유류세를 바꿀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가장 바람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