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선진국 양적완화…'신흥국 증시 거품론' 키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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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꼼수'로 자금 유출입 심해…유동성 장세론 '균형시각' 필요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4일 치러진 러시아 대통령 선거를 필두로 올해 예정된 선거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모두가 선거를 통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고통치권자를 선출하는 국가만 하더라도 20개국이 넘는다.
선거 결과를 결정하는 요인은 다양하다. 눈여겨봐야 할 것은 갈수록 선거 결과가 집권당의 경제 성과, 특히 국민 입장에서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체감경기에 의해 결정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만 하더라도 소비자물가상승률에 실업률을 더한 경제고통지수(misery index)에 의해 대통령 선거 결과가 결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가와 고용, 두 지표 가운데 일자리를 창출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 고용 창출 없는 경기 회복으로 인한 높은 실업률과 소득 양극화 심화로 런던폭동, 반(反)월가 시위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익숙해 선거 결과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청년층의 실업은 심각한 상황이다. 대부분 국가의 청년 실업률은 전체 실업률의 2배가 넘는 가운데 스페인의 경우 무려 40%가 넘는다.
경제 현안을 풀어가는 데 일자리를 창출하는 과제는 비용이 가장 많이 들어간다. 하지만 지난 4년간 위기를 치르는 과정에서 과도한 비용 지출로 남아 있는 정책이 거의 없다. 가장 효과적이고 직접적인 재정정책은 모든 선진국이 과도한 국가채무로 위기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조세와 지출을 동일한 규모로 가져가는 일본의 간지언 정책 등이 남아 있을 뿐이다.
통화정책 가운데 비교적 쉽게 가져갈 수 있는 기준금리 인하는 사실상 어렵다. 현재 미국 일본 등 대부분의 선진국 기준금리가 ‘제로(0)’ 수준이다. 설령 기준금리를 내린다 하더라도 금리 변경에 따른 총수요 민감도가 매우 낮아 ‘유동성 함정(liquidity trap)’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는 경기와 일자리 창출효과가 종전만 못하다.
선진 중앙은행들이 유동성 공급정책에 더 의존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미국은 계속해서 양적완화 정책의 추진 여지를 열어 놓고 있는 가운데 유럽은 두 차례에 걸쳐 장기대출프로그램(LTRO)을 추진했다. 표면적으로는 ‘디플레이션 예방’이라는 이유를 내세우고 있지만 이웃 일본도 10조엔 규모의 양적완화 정책을 발표했다.
최근처럼 금융과 실물 간 연계가 취약한 데도 계속해서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은 경기적인 측면에서 두 가지 경로로 의미가 있다. 하나는 주가 등 자산가격 상승에 따른 ‘부(富)의 효과(wealth effect)’다. 하지만 계속된 위기로 경제주체들의 ‘디레버리징(부채 감소·저축 증대)’이 끝나지 않은 국면에서 이 효과는 적게 나타난다.
다른 하나는 자국통화 약세에 따른 수출 증대 통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과 신흥국 간 금리차가 벌어진 상황에서는 캐리자금 형태로 자금을 흘려 신흥국으로 유입될 경우 이들 국가의 주가와 통화 가치는 동반 상승한다. 물론 선진국들은 수출경쟁력이 개선된다. 버락 오바마 정부가 출범 이후 달러 약세정책을 고집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문제는 특정 국가가 경기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의도와 관계없이 자국통화를 평가절하할 경우 그 피해가 고스란히 경쟁국들에 전가된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것이 ‘근린궁핍화 정책’이다. 특히 미국 달러와 같은 중심통화가 평가절하될수록 그 피해는 경제발전 단계상 한 단계 아래 국가에 집중된다. 중국 브라질 한국 등 선진 신흥국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일반적으로 유입되는 외국자본을 규제하기 위해서는 직접규제와 간접규제 방안이 있다. 직접규제는 해외 차입, 증권투자, 해외송금 등과 같은 특정 거래를 금지하거나 혹은 허가하는 방식의 양적 규제를 의미한다. 간접규제는 자본거래의 유인을 축소시키는 가격규제 조치로 ‘외환거래세(financial transaction tax·토빈세)’가 대표적이다.
이미 신흥국들은 과도한 외국자금 유입을 규제하기 위해 시장 개입에 나서고 있다. 브라질은 외환거래세 부과 대상을 확대했다. 중국은 핫머니 규제와 함께 유입되는 외자 규모에 상응하는 해외자산을 사들여 통화 가치의 균형을 맞추는 ‘영구적 불태화 개입(PSI· permanent sterilized intervention)’을 추진했다. 칠레와 우리도 외환시장 개입을 고심하고 있다.
하지만 경험국 사례로 볼 때 이런 방안들은 기대했던 만큼 효과가 나타나지 않거나 효과를 보인다 해도 단기간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자본 유입 규제보다 앞서가는 복잡한 고도의 파생금융 기법이 발달되는 데다 각종 캐리자금이 주도되면서 직·간접 규제 이후에도 약간의 수익률 차이가 나면 종전보다 자금 유출입이 더 심해지기 때문이다.
양적완화 등을 통한 선진국들의 유동성 공급정책은 위기 극복, 경기회복, 일자리 창출과 이에 따른 사회 불안을 해소하는 긍정적인 효과는 분명히 크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신흥국 증시의 거품과 글로벌 환율전쟁을 조장하는 부정적인 영향도 만만치 않다. 그런 만큼 최근 대내외 증시에서 확산되고 있는 유동성 장세에 대해 균형적인 시각이 필요한 때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선거 결과를 결정하는 요인은 다양하다. 눈여겨봐야 할 것은 갈수록 선거 결과가 집권당의 경제 성과, 특히 국민 입장에서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체감경기에 의해 결정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만 하더라도 소비자물가상승률에 실업률을 더한 경제고통지수(misery index)에 의해 대통령 선거 결과가 결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가와 고용, 두 지표 가운데 일자리를 창출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 고용 창출 없는 경기 회복으로 인한 높은 실업률과 소득 양극화 심화로 런던폭동, 반(反)월가 시위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익숙해 선거 결과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청년층의 실업은 심각한 상황이다. 대부분 국가의 청년 실업률은 전체 실업률의 2배가 넘는 가운데 스페인의 경우 무려 40%가 넘는다.
경제 현안을 풀어가는 데 일자리를 창출하는 과제는 비용이 가장 많이 들어간다. 하지만 지난 4년간 위기를 치르는 과정에서 과도한 비용 지출로 남아 있는 정책이 거의 없다. 가장 효과적이고 직접적인 재정정책은 모든 선진국이 과도한 국가채무로 위기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조세와 지출을 동일한 규모로 가져가는 일본의 간지언 정책 등이 남아 있을 뿐이다.
통화정책 가운데 비교적 쉽게 가져갈 수 있는 기준금리 인하는 사실상 어렵다. 현재 미국 일본 등 대부분의 선진국 기준금리가 ‘제로(0)’ 수준이다. 설령 기준금리를 내린다 하더라도 금리 변경에 따른 총수요 민감도가 매우 낮아 ‘유동성 함정(liquidity trap)’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는 경기와 일자리 창출효과가 종전만 못하다.
선진 중앙은행들이 유동성 공급정책에 더 의존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미국은 계속해서 양적완화 정책의 추진 여지를 열어 놓고 있는 가운데 유럽은 두 차례에 걸쳐 장기대출프로그램(LTRO)을 추진했다. 표면적으로는 ‘디플레이션 예방’이라는 이유를 내세우고 있지만 이웃 일본도 10조엔 규모의 양적완화 정책을 발표했다.
최근처럼 금융과 실물 간 연계가 취약한 데도 계속해서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은 경기적인 측면에서 두 가지 경로로 의미가 있다. 하나는 주가 등 자산가격 상승에 따른 ‘부(富)의 효과(wealth effect)’다. 하지만 계속된 위기로 경제주체들의 ‘디레버리징(부채 감소·저축 증대)’이 끝나지 않은 국면에서 이 효과는 적게 나타난다.
다른 하나는 자국통화 약세에 따른 수출 증대 통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과 신흥국 간 금리차가 벌어진 상황에서는 캐리자금 형태로 자금을 흘려 신흥국으로 유입될 경우 이들 국가의 주가와 통화 가치는 동반 상승한다. 물론 선진국들은 수출경쟁력이 개선된다. 버락 오바마 정부가 출범 이후 달러 약세정책을 고집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문제는 특정 국가가 경기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의도와 관계없이 자국통화를 평가절하할 경우 그 피해가 고스란히 경쟁국들에 전가된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것이 ‘근린궁핍화 정책’이다. 특히 미국 달러와 같은 중심통화가 평가절하될수록 그 피해는 경제발전 단계상 한 단계 아래 국가에 집중된다. 중국 브라질 한국 등 선진 신흥국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일반적으로 유입되는 외국자본을 규제하기 위해서는 직접규제와 간접규제 방안이 있다. 직접규제는 해외 차입, 증권투자, 해외송금 등과 같은 특정 거래를 금지하거나 혹은 허가하는 방식의 양적 규제를 의미한다. 간접규제는 자본거래의 유인을 축소시키는 가격규제 조치로 ‘외환거래세(financial transaction tax·토빈세)’가 대표적이다.
이미 신흥국들은 과도한 외국자금 유입을 규제하기 위해 시장 개입에 나서고 있다. 브라질은 외환거래세 부과 대상을 확대했다. 중국은 핫머니 규제와 함께 유입되는 외자 규모에 상응하는 해외자산을 사들여 통화 가치의 균형을 맞추는 ‘영구적 불태화 개입(PSI· permanent sterilized intervention)’을 추진했다. 칠레와 우리도 외환시장 개입을 고심하고 있다.
하지만 경험국 사례로 볼 때 이런 방안들은 기대했던 만큼 효과가 나타나지 않거나 효과를 보인다 해도 단기간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자본 유입 규제보다 앞서가는 복잡한 고도의 파생금융 기법이 발달되는 데다 각종 캐리자금이 주도되면서 직·간접 규제 이후에도 약간의 수익률 차이가 나면 종전보다 자금 유출입이 더 심해지기 때문이다.
양적완화 등을 통한 선진국들의 유동성 공급정책은 위기 극복, 경기회복, 일자리 창출과 이에 따른 사회 불안을 해소하는 긍정적인 효과는 분명히 크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신흥국 증시의 거품과 글로벌 환율전쟁을 조장하는 부정적인 영향도 만만치 않다. 그런 만큼 최근 대내외 증시에서 확산되고 있는 유동성 장세에 대해 균형적인 시각이 필요한 때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