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 정신건강 지원팀인 ‘ACT팀’에서 최근 석 달간 정신과 진료를 해온 정신과 전문의 노정균 씨(47·오른쪽)는 이렇게 말했다. ACT팀은 보건복지부와 서울시가 지난해 11월 출범시킨 민간단체 전문가 모임으로 30여명의 팀원이 석 달간의 운영을 거쳐 지난달말 활동을 공식 마무리했다. 노씨와 또 다른 전문의인 김준기 씨(50·왼쪽) 등 2명이 의료 자원봉사자로 참여했다. 정신과 의사들이 노숙인을 진찰하기 위해 거리로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 취지는 동절기 노숙인 보호와 정신건강 지원 시스템 시범 운영이다.
서울 아현동 ‘노정균신경정신과의원’을 운영하는 노씨는 ACT팀 참여 전에도 노숙인시설 상담실에서 8년째 봉사활동을 한 베테랑 자원봉사자다. 김씨는 서울 양재동 ‘마음과마음신경정신과’를 운영하며 지난해 사회복지사와 노숙인에게 강연한 것을 계기로 이 팀에 참여했다.
두 전문의가 지난해 11월 처음 거리 상담을 나갔을 때 노숙인들과 나눈 대화는 단출하기 그지 없었다. “안녕하세요. 식사 하셨어요?” “….” “편찮은 데는 없으세요?” “필요 없으니 저리 가세요!” 김씨는 “처음엔 무섭기도 하고 많이 낮설었다”며 당시 느낌을 전했다. 하지만 꾸준히 말을 거니 한 달 뒤에는 보통 사람들보다 적극적으로 응답했다.
“처음 거리 상담을 나갔을 때 30년째 노숙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이 있었어요. 부모님이 이혼한 뒤 아버지를 따라 나왔는데 서울역에서 사고로 돌아가셨고 그 뒤 서울역을 떠나지 못했죠. 또 다른 사람은 불안강박증 때문에 공부도 일도 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부모에게 구타당하고 쫓겨나 20년째 노숙을 하고 있었어요.”
ACT팀은 이렇게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찾아내 지금까지 53명을 복지시설에, 20명을 정신병원에 인계했다. 노씨는 “노숙인들은 스스로 병원에 찾아오지 않는 만큼 거리 상담이 꼭 필요하다”며 “인력을 보충하는 등 팀을 확대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