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8년 100만원에 구입한 김환기 작품…홍콩 경매서 11억원에 팔렸다
김환기 화백(1913~1974)의 1m짜리 그림 ‘정원’(100×81㎝·사진)이 서울옥션 홍콩 경매시장에서 780만홍콩달러(11억300만원)에 팔렸다. 홍콩미술시장에서 한국작가 작품이 10억원이 넘는 가격에 낙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술품 경매회사 서울옥션(대표 이학준)은 3일 국내외 고가작품을 모아 실시한 제6회 홍콩경매에서 김 화백의 1950년대 작품 ‘정원’이 경합 끝에 한 미술품 애호가에게 780만홍콩달러에 낙찰됐다고 발표했다.

서울옥션은 “추정가 900만홍콩달러(13억원)에 나온 김 화백의 작품은 700만홍콩달러에서 시작, 8차례에 걸친 경합 끝에 한 아시아 컬렉터에게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이번 홍콩 경매는 국내 작가들이 해외 미술시장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미술계는 평가하고 있다.

김 화백의 ‘정원’은 1956년 프랑스 파리에 머물 때 그린 것으로 추정된다. 외국인 컬렉터가 1978년 캐나다 토론토의 한 갤러리를 통해 당시 가격으로 100만원을 주고 구입, 소장해왔다. 크기와 모양이 다른 달항아리와 매화나무 가지, 원형의 문양, 산, 달 등 한국적 소재가 어우러져 향토적인 미감을 준다.

김 화백의 작품은 점화 ‘무제15-72#305’(추정가 750만~950만홍콩달러)로 2008년 홍콩 경매에 처음 선보였지만 유찰됐다. 지난해 11월 크리스티 경매에서는 1960년대 작품 ‘구성(127×71.1㎝)’이 외국 미술품 애호가에게 206만홍콩달러(3억700만원)에 팔려, 홍콩 시장 데뷔에 성공했다.

이번 경매에서는 예금보험공사 압류품 가운데 최고가 작품인 쩡판즈의 ‘트라우마’가 전화 경합 끝에 630만홍콩달러(약 9억1500만원)에 낙찰됐다. 쟝사오강의 ‘혈연’시리즈(540만홍콩달러), ‘물방울 작가’ 김창열의 작품(42만홍콩달러), 고영훈의 ‘스톤북’(42만홍콩달러)도 새 주인을 찾아갔다.

이날 경매에서는 62점 중 44점이 팔려 낙찰률 71%, 낙찰총액 3241만홍콩달러(47억원)를 기록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