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냉키, 美경제 낙관론에 '태클'
벤 버냉키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사진)이 “최근 고용시장은 개선되는 조짐이지만 정상적인 수준과 거리가 멀다”고 진단했다. 실업률 하락 등 대부분의 지표가 호조세를 보이는 가운데 과도한 경기 낙관론을 경계한 것이다.

버냉키 의장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미 의회에 출석, 반기 통화정책과 경기전망을 보고하는 자리에서 “지난 1년간 실업률 하락세가 예상됐던 것보다 훨씬 빨랐다”면서도 “아직은 실업률이 여전히 높은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6개월 이상) 장기 실업률은 사상 최고 수준이고, 파트타임 근로자 수도 아주 많은 상태”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지난달 실업률은 8.3%였으나 금융위기 이전엔 5~6%였다.

일부 개선되고 있는 소비, 주택시장, 제조업에 대한 진단도 다르지 않았다. 그는 “자동차 등의 구매가 많이 늘어났지만 가계소득과 신용은 제자리”라고 평가했다. 국제유가 상승은 소비자 구매력을 위축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주택시장과 관련해서는 “저금리가 이어지고 매물이 많아 주택을 매입할 기회는 많아졌다”면서도 “소득과 실업 불안으로 인해 적극적인 구매는 꺼리고 있다”고 말했다. 제조업 생산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유로존 재정위기 탓에 수출은 둔화됐다고 덧붙였다.

버냉키 의장은 하지만 3차 양적완화 정책의 필요성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통화정책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며 “장기적인 경제체질 강화는 의회나 행정부의 선택에 달려있다”고 재정적인 경기 부양책을 압박했다. 이날 추가 양적완화 관련 발언을 기대했던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에선 실망매물이 쏟아져 주가와 국채가격이 하락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