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 11일 만에 순매수
연기금이 유가증권시장에서 11거래일 만에 순매수로 돌아섰다. 연기금이 증시의 새로운 매수 주체로 나설지 주목되고 있다.

연기금은 29일 유가증권시장에서 886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연기금이 국내 주식을 순매수한 것은 지난 14일 이후 처음이다. 연기금은 지난해 8월 주가가 급락했을 때부터 연말까지 9조원어치를 순매수, 증시의 ‘구원투수’ 역할을 했지만 올 들어서는 순매도로 일관했다. 지난 1월 3849억원을 판 데 이어 2월에는 8980억원으로 순매도 규모를 키웠다.

전문가들은 주가가 1월부터 가파르게 상승하자 연기금이 지난해 사들였던 주식 중 일부를 팔아 차익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순매도 규모가 커진 것으로 해석했다.

연기금의 매매 행태는 순매수 및 순매도 상위 종목을 통해 읽을 수 있다. 연기금은 올 들어 현대차를 2694억원 순매도해 가장 많이 팔았다. 삼성전자도 2124억원 순매도했다. 지난해 하반기 주가가 상대적으로 강세였던 종목을 팔아 차익을 실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지난해 하반기 하락폭이 컸던 조선주를 사들이고 있다. 올 들어 현대중공업을 2686억원, 삼성중공업을 691억원어치 각각 순매수했다.

주가가 올라 운용자산 중 국내 주식 비중이 높아진 것도 연기금이 그동안 주식을 팔았던 원인으로 분석된다. 유수민 현대증권 선임연구원은 “주가가 오르면 시가로 평가한 연기금의 주식 보유금액이 커져 추가 매수 여력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그는 “코스피지수가 최근 횡보하면서 연기금의 주식 보유 비중이 하락해 매수 여력이 생긴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