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학사회 계파 복잡…學內정치 때문에 갈등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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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Story] 출구 못찾는 KAIST 갈등…서남표 총장 입장은
기술 특허 가로채 출원 나부터 조사 받을 것
떠날 준비 다 됐지만 자진 사퇴하지 않겠다
기술 특허 가로채 출원 나부터 조사 받을 것
떠날 준비 다 됐지만 자진 사퇴하지 않겠다
서남표 KAIST 총장(사진)이 29일 기자간담회를 자청, 교수협의회와의 끝없는 ‘진흙탕 싸움’에 대해 입을 열었다. 교수협은 최근 “서 총장이 박윤식 기계공학과 교수의 기술 특허를 가로채 출원했다가 문제가 되자 이를 다시 박 교수의 것으로 슬쩍 돌려놓은 정황이 있다”고 주장했다. 학교 측은 “교수협이 서 총장을 흠집내기 위해 오랜 기간 동안 치밀하게 준비한 공작”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또 법리적인 검토를 거쳐 검찰 수사의뢰를 하겠다고 밝혔다.
서 총장은 지난해 초 발생한 학생들의 연쇄 자살사태 후 2년째 이어지고 있는 교수협과의 갈등이 ‘학내 정치’ 때문이라는 속내를 털어놨다. 서 총장은 “나는 이것이면 이것, 저것이면 저것인 단순한 사람으로 복잡하게 고민하며 살아오지 않았다”며 “그런데 한국 대학사회는 미국 대학과 달리 그룹(계파)이 너무 많고 굉장히 복잡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미 MIT는 교수가 1000명에 달하지만 교내 상황이 (학내 정치에 휘말리지 않고) 간단한데 한국은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열심히 연구하는 세계 수준의 교수들이 KAIST에 참 많지만, 목소리를 많이 내는 사람들은 연구 업적이 별로 없다”며 자신을 비판하는 교수들에게 날을 세웠다. 또 교수협의 계속되는 퇴진 압박에도 불구, 자진 사퇴할 의사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지난해 교수협이 주장한 요구사항을 수용하는 과정에서 이사회 눈 밖에 나 오명 KAIST 이사장 등과도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상태다. 서 총장은 “떠날 준비는 모두 돼 있으며 지금 당장이라도 비행기를 탈 수 있다”고 말하면서 “한국 과학의 발전에 도움을 줬다고 (스스로 확신이 들면) 그때 떠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간담회에서 2006년 취임 이후 KAIST의 정량적 발전상을 담은 자료를 배포했다. KAIST에 따르면 2011년 총 연구비(계약고 기준)는 2006년에 비해 2배가량 증가한 2558억원, 교수 1인당 연구비는 1.6배 증가한 4억4000만원, 총 예산은 2.4배 증가한 7200억원, 총 자산은 1.8배 증가한 1조1000억원으로 나타났다. OH(오버헤드:교수가 따온 연구비의 학교 재정 전입액)수입은 2006년에 비해 3배 증가한 470억원이다.
각계에서 들어오는 기부금(2006년 이후 누적 1733억원) 등으로 인프라를 확충, 건물 연면적이 2006년에 비해 43%가량 증가했다. 서 총장은 “우리 사회가 한 단계 도약하려면 성공하고 부유한 사람들의 기부 문화가 정착되고 이 돈이 연구·개발 등 의미 있는 분야로 흘러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총장은 또 “처음에 KAIST 총장으로 왔을 때는 전임 총장이 쫓겨나듯 퇴진했던 터라 부담이 많았고 힘들었지만 너무나 많은 고마운 분들이 도와준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지난 7년간의 소회를 밝혔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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