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3000억 투입…신차 개발 재시동
지난 2월16일 오전 서울 역삼동 풍림빌딩 11층 쌍용자동차 서울사무소.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 & 마힌드라그룹의 피완쿠마 고엔카 자동차 및 농기계부문 사장, 바랏 도쉬 최고재무책임자(CFO) 등 고위 인사들이 모였다. 고엔카 사장(쌍용차 이사회의장) 주재로 열린 이사회에서 소형 크로스오버유틸티차량(CUV) 개발에 2958억원을 투입하는 투자계획이 통과됐다. 주인이 자주 바뀌면서 흐지부지됐던 신차 개발 프로젝트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됐다.

쌍용차, 5년 만에 신차개발 재시동

쌍용차, 3000억 투입…신차 개발 재시동
쌍용차는 29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신차 개발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최상진 기획실 본부장(상무)은 “작년 3월 마힌드라에 인수된 후 신차와 관련해 일부 성능개선이나 페이스리프트 를 위한 소규모 투자는 진행했지만 신차개발 프로젝트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신차개발이 완성차업체의 ‘생명’인 만큼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게 마힌드라 측 판단으로 알려졌다. 소형 CUV는 2014년 이후 선보일 예정이다.

쌍용차 임직원들은 이번 투자결정에 고무된 분위기다. 쌍용차는 중국 상하이자동차가 주인이었던 2007년 7월 신차 ‘코란도C’ 개발에 착수했다. 그러나 기술유출 논란과 상하이자동차의 철수 등 악재가 잇따르면서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2009년 1월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전면 중단됐다. 당시 직원들은 ‘신차개발을 중단하면 미래가 없다’며 상여금을 반납하면서 투자비를 마련, 2010년 9월에야 코란드C를 출시할 수 있었다. 그 이후 사실상 신차개발은 중단됐었다.

회사 측은 이번 이사회의 신규투자 승인을 ‘쌍용차의 새로운 출발’이라고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투자 재원은 우선 쌍용차의 자체 자금으로 충당하고 필요할 경우 마힌드라 측이 추가 투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전략모델 소형 CUV

쌍용차와 마힌드라가 신차 프로젝트를 소형 CUV에 초점을 맞춘 것은 자동차 시장의 친환경 트렌드를 고려한 것이다. 쌍용차 관계자는 “기름을 많이 먹는 대형 SUV보다는 연비가 뛰어난 소형 CUV로 흐름이 바뀔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며 “1600cc 엔진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코란도C의 배기량은 2000cc다.

쌍용차는 이번 프로젝트가 완료되는 대로 1200~1300cc급 소형엔진 개발에도 착수할 방침이다. 쌍용차는 내달 8일 개막하는 제네바모터쇼에 이번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개발 중인 컨셉트카 ‘XIV-2(프로젝트명)’를 공개할 예정이다. 1600cc 엔진이 탑재되는 ‘XIV-2’는 스포츠 쿠페와 소형 SUV를 접목한 프리미엄 CUV 모델이다.
쌍용차는 새로운 플랫폼이 개발되면 마힌드라와 공유해 시너지를 극대화할 계획이다. 플랫폼 공유에 따른 대량생산으로 단위당 원가를 절감할 수 있다. 이유일 쌍용차 사장은 “마힌드라와 쌍용차가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글로벌 SUV 시장에서 선도적인 위치를 확보해 나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진모/전예진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