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문제는 25년전에 다 정리됐다"
CJ그룹과 전면전? "절대 아니다. 그럴 여유도 없다"

총수인 이건희 회장이 형제자매들과 소송에 휘말리면서 삼성그룹이 어려움에 시달리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경영외적인 요인까지 헤쳐나가야 하는 형국이다.

특히 정치권의 재벌개혁 목소리를 더 높여주는 계기가 될 수도 있어 더 난감한다.

삼성 이인용 부사장은 29일 삼성사장단회의가 끝난 뒤 이건희 회장을 상대로 한 삼성가의 상속재산 분쟁에 대해 "25년전에 선대 회장의 유지에 따라 경영권이 상속됐다"면서 "그 문제는 다 정리됐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이 부사장은 "회장부터 전 임직원이 앞만 보고 달려가도 어려운 게 경영환경"이라면서 "이런 소송이 제기되니까 안타깝기도 하고 걱정도 된다"며 속내를 드러냈다.

이건희 회장은 형인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과 누나인 이숙희씨로부터 상속재산 청구 소송을 당한 상태로, 나머지 형제자매들도 소송을 낼 것인지가 재계는 물론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첫째인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은 소송제기에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진 데 비해 나머지 형제자매와 유족들이 추가로 소송을 낼지는 아직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소송 관련 입장을 묻는 질문에 이 부사장은 "소송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가 하는 과정을 3자의 시각에서 봐 주면 좋겠다.

소송의 구조를 봐 주면 어떨까 싶다"고 답해 최근의 소송 관련 흐름에 서운함도 내비쳤다.

이 부사장의 말에서도 알 수 있듯 삼성그룹 임직원들은 최근 극도의 혼란을 겪고 있다.

2008년 이건희 회장의 비자금 특검이 있을 당시와 비교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면서도 소송이 그룹의 문제가 아니라 이 회장 개인을 둘러싼 소송이어서 최대한 입장 표명을 자제하고 있다.

이 부사장도 이맹희 전 회장측이 소송을 취하할 가능성이 있느냐, 이재현 CJ회장 미행 사건 수사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느냐는 질문에 "지켜보자"는 답변만 내놓았다.

이 부사장은 삼성그룹과 CJ그룹간 전면전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전면전은 정말 아니다.

할 일도 많고, 갈 길도 멀고, (전면전을) 할 여유도 없다"고 말해 확대해석을 경계하기도 했다.

소송이 제기된 이후 이건희 회장은 서초동 삼성전자 집무실로 간간이 출근해 현안을 챙기고 있다고 이 부사장은 전했다.

한편 삼성사장단협의회는 이날 수요 정기모임에서 스위스 IMD 로사 전 교수로부터 '평판을 경영하라'는 주제의 강의를 들었다.

내용은 외부에서 좋은 평을 듣는 기업보다 내부 임직원들로부터 존경받는 기업이 훨씬 강하다는 것이었다고 이 부사장은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성제 기자 sung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