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이 대출직원 면책하면 금감원도 수용
앞으로 은행 대출 담당자가 중소기업에 돈을 빌려주면서 내부 절차를 준수하지 않거나, 신용조사 및 사업성을 충실히 검토하지 않는 등 하자가 일부 있더라도 고의·중과실이 없으면 면책받을 수 있다. 은행이 자체 검사를 통해 부실 여신 관련 직원을 면책하면 금융감독원은 원칙적으로 이를 인정해야 한다.

◆창업·중소기업 대출 문턱 낮춘다

금융위원회는 28일 창업·중소기업 대출 문턱을 낮추기 위해 금융회사 은행 여신담당자의 면책 요건 22개를 구체적으로 명시한 ‘중소기업 대출심사 개혁 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금감원과 은행의 면책 요건이 지나치게 추상적인 데다 은행 간 면책 기준도 달라 결과적으로 창업·중소기업 대출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금융위는 고의나 중과실이 없으면 면책받을 수 있는 요건 22개를 마련, 다음달 중 금융회사 내규에 반영토록 할 계획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부실 여신에 대한 일반적인 면책 기준(7개)은 전 금융회사에, 중소기업 부실 여신 면책 특례(15개)는 은행에 적용된다.

◆은행이 면책하면 감독당국도 면책

중소기업 부실 여신 관련 면책 특례 15개 중에는 △차주의 허위자료 제출 등으로 부실해졌거나 △일부 절차상 하자가 부실과 직접 관련이 없을 때 △기업회생, 기업 구조조정 등을 위해 채권금융기관의 지원 절차에 따라 대출한 경우 등에는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금융위는 또 앞으로 은행이 자체 검사에서 면책 처리한 사항에 대해서는 감독당국도 면책하도록 했다. 이를 위해 중소기업 부실 여신 면책 특례에 ‘은행 자체 감사 결과 면책 처리된 경우’까지 포함시켰다.

아울러 금융위는 정당하게 면책 처리된 중소기업 여신에 대해서는 해당 직원의 인사와 영업점 평가에 반영하지 않도록 유도해 면책의 효과를 높여 나갈 방침이다.

은행들은 그동안 자체적인 기준에 따라 면책해도 금융감독 당국의 검사 과정에서 다시 징계를 받고, 인사와 평가에 반영되는 사례가 많아 면책제도가 정착하지 못했다고 주장해왔다.

◆신용·담보가치 평가 제대로

금융위는 중소기업에 대한 신용평가와 담보평가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내놨다.

우선 은행권이 중소기업 전담 신용정보회사인 한국기업데이터(KED)의 소유와 경영에 참여해 은행권의 신용정보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또 은행과 신용보증기금 등 정책금융기관이 KED에 제공하는 정보 범위도 확대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또 은행의 담보물 평가가 전문적이고 객관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은행연합회를 통해 ‘담보평가 업무처리 기준’을 마련하기로 했다. 우선 은행의 자체적인 담보평가 능력을 높이기 위해 영업부서와 별도의 부서에서 감정 평가를 수행하도록 하는 한편 일정 금액 이상 담보물은 최소 3인 이상의 협의체가 결정하도록 했다. 또 중소기업이 대출을 신청하면서 담보물에 대한 외부 평가를 요청하면 특별한 사유가 없을 경우 이를 수용하도록 의무화하기로 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