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신용평가업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27일 그리스의 국가 신용등급을 정크(투자부적격) 수준인 ‘CC’에서 ‘선택적 디폴트(SD·selective default)’로 강등했다.

S&P는 성명을 통해 “이번 조치는 그리스 2차 구제금융 합의안에서 국채 교환에 동의하지 않은 민간 채권단도 강제로 국채를 장기채로 교환토록 해 그리스 정부가 일부 부채를 갚지 않게 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유럽연합(EU) 등은 구제금융 부담을 덜기 위해 민간이 보유 중인 그리스 국채의 70%가량을 손실 처리하기로 했다. S&P는 “그리스가 사실상 일부 빚을 갚지 않는 것을 의미하는 국채 탕감 협상이 마무리되면 일시적으로 국가 신용등급을 ‘선택적 디폴트’로 강등할 것”이라고 예고했었다.

선택적 디폴트는 채무국이 일부 빚을 정해진 기일 안에 정상적으로 상환하지 못하는 상태를 가리키는 용어다. 채무 불이행 범위가 제한적이며 조만간 정상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할 때 부여한다. 에반겔로스 베니젤로스 그리스 재무장관은 “등급 강등은 이미 예견됐던 일인 만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작을 것”이라며 “국채 교환이 이뤄지면 ‘무질서한 디폴트’를 피하기 위해 그리스 신용등급이 다시 상향 조정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그리스 정부는 내달 12일까지 총 2000억유로 규모 민간부문 보유 그리스 국채 중 1070억유로를 손실 처리하고, 630억유로 규모 채권을 30년 만기 장기채로 바꾸는 국채 교환 절차를 마칠 계획이다.

한편 같은 날 독일 의회는 1300억유로 규모 그리스 2차 구제금융안을 통과시켰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그리스 구제금융의 성공을 장담할 수는 없지만 구제안이 부결될 경우 엄청난 혼란이 닥칠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