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마트 매각 일정이 연기됐다. 선종구 하이마트 회장의 횡령의혹과 관련한 검찰수사 때문이다. 한국거래소는 선 회장의 횡령의혹이 사실로 확인되고 횡령 규모가 일정액을 넘을 경우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으로 분류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매각 일정이 상당기간 늦춰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하이마트와 유진기업 주가는 27일 나란히 가격제한폭까지 추락했다.

○“검찰수사 결과 지켜보자”

하이마트 '횡령 쇼크'…매각 연기
하이마트의 대주주인 유진기업과 선 회장, HI컨소시엄은 이날 “최근 검찰조사와 관련해 매각 일정을 일부 조정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 다음달 2일로 예정된 인수의향서(LOI) 접수 시한을 포함한 매각 일정을 조정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하이마트 보유지분 전량 매각에 대한 의지에는 전혀 변함이 없다”며 “조정한 일정에 맞춰 매각 거래를 신속하게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주주들이 하이마트 매각 일정을 늦추기로 한 것은 롯데 신세계 홈플러스 등 인수 후보들이 검찰수사 결과를 지켜본 뒤 인수에 나설지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으로 돌아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횡령금액이 나와야 기업가치를 산정할 수 있는 만큼 그 전에 인수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인수 후보 기업의 한 관계자는 “최소한 검찰 기소장을 보기 전까지는 기업가치를 따질 수 없다”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서는 검찰의 수사 결과가 발표될 때까지 매각작업이 잠정 중단될 것으로 보고 있다. 수사 결과에 따라 기업가치가 더 떨어질 수도 있어 매각 일정이 더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

하이마트 매각 대상 지분은 유진그룹 32.4%, 선 회장 일가 20.76%, HI컨소시엄 등 재무적투자자(FI) 6.08% 등 59.24%다. 검찰수사 직전 시가로 1조600억원, 인수 경쟁이 붙을 경우 2조원 안팎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관측이었다.

○상장폐지 여부도 관심

하이마트 '횡령 쇼크'…매각 연기
하이마트와 유진기업 주가는 이날 장초반부터 하한가로 직행했다. 기업가치가 훼손되고 매각이 지연될 것이란 우려가 작용한 탓이다. 하이마트가 상장폐지될지 모른다는 염려도 작용했다.

거래소 상장규정에 따르면 대규모 법인은 자기자본의 2.5% 이상 횡령이 발생했을 때 혐의단계부터 공시해야 한다. 이 규모 이상 횡령혐의가 발생하면 매매거래가 즉각 정지되고, 거래소의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이 된다. 지난해 말 기준 하이마트의 자기자본은 1조4273억원으로 횡령액이 357억원 이상이면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에 오른다.

단일순 거래소 유가시장본부 공시1팀장은 “검찰 기소단계에서 횡령액 규모에 따라 거래정지 여부 및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 여부를 심사하게 된다”고 말했다.

횡령액이 357억원을 넘어설 경우 하이마트의 거래정지 기간이 며칠이 될는지도 시장의 관심사다. 지금까지 유사사안이 발생하면 거래소는 해당기업의 주식거래를 정지시킨 후 15일 동안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 여부인지 검토하고, 대상이 되면 다시 15일 동안 상장폐지 여부를 결정했다. 따라서 최소 30일은 주식거래가 정지됐다.

검찰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하이마트 주가는 약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 애널리스트는 “선 회장의 혐의가 확정되고 매각작업이 재개된 다음에야 상승 계기를 잡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손성태/김유미/좌동욱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