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상품 잘못 팔아 회사에 손실"…英은행들, 경영진 보너스 환수
HSBC 로이즈 등 영국 대형 은행들이 전·현직 경영진에게 지급했던 보너스를 다시 돌려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들이 금융상품을 잘못 팔아 회사에 손해를 끼쳤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그 책임을 묻겠다는 의미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HSBC가 2005~2010년 근무했던 임원들에게 지급된 보너스를 환수할 예정이라고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HSBC 자회사인 NHFA는 이 기간 3000여명의 고객에게 만기가 5년 이상인 장기투자 상품 3억파운드(5400억원)어치를 팔았는데, 고객 평균 나이가 83세로 기대수명이 2~3년밖에 남지 않은 사람들이었다. 영국금융감독청(FSA)은 고령자들에게 부적절한 상품을 판매했다는 이유로 HSBC에 1050만파운드(188억원)의 벌금을 부과했고 고객들에게 총 2930만파운드(5240억원)의 보상금을 지급하도록 했다.

이에 HSBC는 당시 경영진에게 책임이 있다고 판단해 이들에게 줬던 보너스를 다시 받아내기로 한 것이다. HSBC는 이날 지난해 실적 발표를 하며 이 같은 사실을 밝혔다. 하지만 환수 예정인 보너스의 정확한 액수와 몇 명의 임원에게서 돈을 돌려받을 것인지에 대해선 답변을 거부했다.

이에 앞서 로이즈은행은 전·현직 임원 13명에게 지급했던 보너스 중 200만파운드(36억원)를 돌려받기로 했다. 이 은행은 대출을 받는 고객들에게 의무적으로 지급보장보험(PPI)을 들도록 했다가 논란이 됐다. PPI는 아프거나 실직했을 때 은행이 대출금을 대신 상환해 주는 보험인데, 이 상품 가입자 3명 중 1명은 보험금을 탈 자격이 안되는 사람들이었다. 법원은 은행이 피해자들에게 보상을 해줘야 한다고 판결했고 은행 측은 당시 경영진이었던 에릭 대니얼스 전 최고경영자(CEO)로부터 60만~70만파운드를, 3명의 이사들로부터 25만파운드씩 돌려받기로 했다.

과거 경영진의 보너스까지 환수하고 나선 영국 은행들의 움직임은 최근 잇따르고 있는 글로벌 은행들의 보너스 규제와 맞물려 금융권의 관심을 끌고 있다. 미국 모건스탠리는 투자은행 부문의 보너스를 평균 30% 삭감하는 동시에 현금 보너스 상한을 12만5000달러로 제한키로 했고, 독일 도이치뱅크는 지난해 전체 보너스 규모를 17% 줄였다.

영국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의 스티븐 헤스터 CEO는 정치권의 비판 여론에 못이겨 최근 100만파운드의 보너스를 포기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