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리사의 ‘변’(辨) 한자에는 칼 도(刀)가 들어가 있어요. 과학기술에 대해 칼날같이 예리하게 판단하는 직업이란 뜻이지요.”

윤동열 신임 대한변리사회 회장(62·사진)은 26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변리사의 활동영역 보장은 이공계 살리기를 위해서도 필요하다”며 임기 동안 변리사의 소송대리권 확보 등 영역 확장에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윤 회장은 서울대 사범대 화학교육과를 나와 애경유지공업과 태평양화학 연구원 생활을 거쳐 1982년부터 30년 동안 변리사로 활동했다. 지난 24일 대한변리사회 정기 총회에서 제36대 회장으로 선출돼 내달 2일부터 2년간 회장직을 맡는다.

그는 연구원으로 재직하던 1970년대 후반 변리사라는 직업을 처음 알게 됐다. 그때 100명 남짓이던 변리사는 일반인뿐 아니라 업계에서도 생소한 직업이었다. 당시 회사에서 직무발명 업무를 맡았던 그는 특허 출원 등을 대리하는 변리사 업무에 매력을 느꼈다.

직장생활과 학업(연세대 산업대학원 석사과정)을 병행하던 그는 변리사 시험 준비에 매진했다. 두 자녀를 둔 아버지였지만 대학원 부근 고시원에서 공부한 끝에 준비 2년 만인 1980년 16회 시험에 수석 합격했다. “연구 결과를 특허로 만드는 과정이 내가 미래에 해야 할 일이라는 확신이 들었어요. 연구원 경험이 있는 사람이 연구자들의 권리를 위해 헌신하고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윤 회장은 “한·중·일 3개국 특허전쟁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변리사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변리사가 국제적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클라이언트들과 많은 업무를 진행하면서 어학과 일본 특허법 체계 이해의 필요성을 느낀 그는 1996~2001년 일본 고베대에서 법학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법학박사 과정까지 수료했다.

임기 중 주요 목표로 그는 변리사 소송대리권 확보와 지식재산권 활용 분야에서 변리사들의 활동영역 확장을 꼽았다. 변리사회는 변리사가 특허침해소송을 대리할 수 있어야 한다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국회에는 의원입법으로 비슷한 내용의 변리사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윤 회장은 변리사들의 전통적 영역인 지식재산권 취득(출원 등록 심판 등) 과정뿐 아니라 특허 조사, 기술가치 평가, 기술 감정, 기술 거래 등 지식재산권 활용 분야도 변리사들의 고유 영역이라고 주장했다. 업계에서는 지식재산권 취득 시장 규모는 약 7000억원, 활용 시장은 5000억원대로 추정하고 있다.

지식재산권 활용 분야에는 변리사뿐 아니라 기술가치평가사 기술거래사 등 민간 자격증 보유자들도 진출해 있다. 윤 회장은 “지식재산권 활용 분야도 변리사의 고유 영역이라는 점을 주장해 변리사 업무 영역을 지식재산의 전 분야로 넓히는 방향으로 변리사법 개정을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