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이 이재현 CJ 회장을 미행한 의혹을 받고 있는 삼성물산 감사팀 직원 및 관련자를 고소했다.

23일 서울 중부경찰서에 따르면 김홍기 CJ그룹 비서팀장(부사장)은 “비서팀 차량의 움직임을 방해했고 불법 감시까지 했다”며 복수의 성명 불상자에 대해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장을 냈다. 성명 불상자란 사건 관련자 모두를 의미하는 것으로, 미행 혐의를 받고 있는 삼성물산 감사팀 김모 차장(42)과 미행을 지시했을 수도 있는 삼성그룹 고위관계자가 포함된다고 CJ 측은 설명했다.

김 팀장은 고소장에서 “김씨 등은 지난 15~20일 이 회장 자택 근처에 차량을 여러대 주차하는 방법으로 비서팀 차량이 원활히 움직이는 것을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김씨 등이 5일 동안 이 회장과 비서팀을 불법 감시했다고 덧붙였다. CJ는 관련 동영상을 담은 CC(폐쇄회로)TV 녹화파일도 증거로 제시했다.

CJ는 삼성의 사과도 공식 요구했다. CJ는 입장 발표문을 통해 “이번 미행사건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세계 초일류 기업인 삼성에서 이런 일을 했다는 것을 누구도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삼성은 왜 이런 일이 일어났고 누구의 지시에 의한 것이지 책임있는 자세로 해명하고 사과하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의 부친인 이맹희 씨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재산반환 소송의 원만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생긴 일이어서 더 유감이라고 덧붙였다.

재계에서는 이번 사건이 고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장남인 이맹희 씨가 최근 동생인 이건희 삼성 회장을 상대로 7000억원대의 상속분 청구 소송을 낸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소송에 대해 CJ 측은 이맹희 씨 개인 소송으로 그룹과는 관련이 없다며 원만히 해결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삼성 측은 하지만 유사시 생길지도 모를 두 형제 간의 본격적인 재산 다툼에 대비, CJ의 움직임을 파악하기 위한 정보전에 뛰어든 것으로 한 대기업 관계자는 분석했다.

삼성은 당혹스런 분위기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CJ가 경찰에 고소했으니 경찰 조사 결과를 기다려볼 수밖에 없는 상황 아니냐”고 말했다.

CJ그룹에 따르면 삼성물산 김 차장은 지난 21일 오후 7시40분께 서울 장충동 이 회장의 자택 앞에서 이 회장을 미행하다 이 회장 비서팀에 적발됐다. 이 회장 운전기사가 “며칠 전부터 누군가 미행하는 것 같다”고 비서팀에 연락했고 잠복 중이던 비서팀은 이날 미행 차량을 유인한 뒤 차량을 덮쳐 운전자가 삼성물산 직원임을 확인했다.

김철수/하헌형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