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손' 몰고오는 문화홀, 백화점 매출 효자로
“변진섭 오빠 공연 보러 왔어요.”

신세계백화점 서울 충무로 본점 10층이 23일 오후 30~40대 여성들로 붐비기 시작했다. 이날 오후 3시 문화홀에서 열리는 ‘가수 변진섭 콘서트’를 보러 온 고객들이었다. 이들의 손에는 지난 9일부터 당일 30만원 이상 구매 고객에게 선착순으로 1인 2매씩 배포한 입장권이 들려 있었다. 공연이 시작되고 변진섭 씨가 히트곡을 열창할 때마다 객석(400석)을 가득 메운 고객들은 환호와 갈채로 화답했다.

백화점 문화홀이 성황을 이루고 있다. 점포별로 운영하는 문화홀에서 열리는 콘서트와 클래식 공연, 뮤지컬 등은 매번 만석을 이룰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1990년대 후반 ‘문화를 통한 사회공헌’이란 취지로 등장한 문화홀은 소비자들의 다양한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주요 채널로 떠오르면서 고객을 백화점으로 끌어들이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에선 2005년 충무로 본점에 문화홀을 연 이후 누적 관객수가 지난 주말 100만명을 넘어섰다. 2010년 16만명이던 관람객이 지난해 40만명으로 늘었다. ‘문화홀의 원조’인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총 10개 점포 문화홀에서 100만명의 관람객을 유치했다.

문화홀 공연 티켓은 주로 특정 기간에 일정액 이상 구매한 고객에게 사은품으로 증정한다. 백화점들은 전문 기획인력을 두고 고객들이 사은품으로 상품권이나 물품 대신 공연티켓을 선택할 만한 가치가 있는 공연을 유치한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 공연 기획과 유치에 50억원을 들였다. 5개 문화홀에서 클래식 재즈 뮤지컬 콘서트 등 1000회 이상 공연이 이뤄졌고, 300여명의 아티스트들이 무대에 섰다. 문화홀 운영은 구매력 있고 충성도 높은 고객 확보로 이어진다. 백화점들이 시설 투자와 공연 유치에 아낌없이 돈을 쓰는 이유다.

지난해 신세계 본점 문화홀을 한 번 이상 이용한 고객의 연간 평균 구매액은 780만원으로, 전체 평균(100만원)의 7.8배에 달했다. 본점 명품관 고객 객단가(300만원대)보다도 2배 이상 많다. 현대백화점에서도 문화홀을 1회 이상 이용한 고객의 구매횟수는 평균보다 3.7배, 구매금액도 6.3배 많았다.

1997년 현대백화점 천호점에 첫 등장한 문화홀은 한국 백화점이 개발한 고유 모델이다. 일본이나 미국, 유럽 백화점에는 문화홀이 없다. 이대춘 현대백화점 마케팅팀장은 “한국 백화점은 여가와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고객의 니즈를 수용하며 ‘문화백화점’으로 진화했다”며 “고급화·복합화 추세 속에 문화홀은 반드시 갖춰야 할 필수 시설로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은 경쟁사에 비해 문화홀 사업에 뒤늦게 뛰어들었지만 최근 들어 급속도로 운영 점포를 늘리고 있다. 2010년 7월 일산점을 시작으로 청량리점 광복점 파주프리미엄아울렛 등 7개점에 문화홀을 열었다. 또 최근 리뉴얼 공사 중인 광주점, 부산본점, 창원점과 오는 4월 문을 여는 평촌점, 올해 말 개점하는 청주 아울렛과 부여 프리미엄아울렛에도 문화홀을 만들어 운영할 계획이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