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유가·환율 '복병', "당분간 옆으로… "
잘나가던 한국증시에 대외 악재가 또다시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

유로존의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수축’ 국면을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되자 증시가 조정을 받았다. 글로벌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시장에 너무 앞서 반영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란의 정국 불안으로 촉발된 최근 유가 급등세는 증시의 ‘발목’을 잡을 최대 복병으로 떠올랐다.

◆대외 악재에 발목 잡힌 증시

23일 코스피지수는 20.85포인트(1.03%) 하락한 2007.80으로 장을 마쳤다. 지난 10일 이후 코스피지수는 상승세를 타다가 4~5거래일에 한번씩 20포인트 안팎 하락하는 움직임을 반복하고 있다.

이처럼 증시가 오를 만하면 고꾸라지는 일이 반복되는 건 한동안 유동성의 힘에 가려졌던 대외 악재의 영향력이 다시 커지고 있어서다. 최근 증시에 가장 큰 악재로 떠오른 것은 급등하는 유가다.

국내 수입 원유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두바이유 현물가격은 배럴당 120달러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치솟았다.

김영호 트러스톤자산운용 대표는 “올해 증시가 상고하저(上高下低)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하반기 약세를 예상하는 가장 큰 이유가 최근의 유가 흐름”이라며 “원유가격이 급등하면 가계의 가처분 소득이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나 글로벌 경기 회복에 찬물을 끼얹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유로존을 비롯한 글로벌 주요 지역의 경기 회복세가 기대보다 더딘 것도 부담이다. 이날 증시 조정은 △유로존 서비스업 PMI가 당초 예상과 달리 기준선 밑인 49.5로 나온 점 △미국의 지난달 기존 주택 판매분이 457만채로, 예상치(466만채)를 밑돈 점 등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

◆코스피지수 1950까지 밀릴 수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증시가 당분간 조정과 회복을 반복하며 ‘게걸음’을 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이 과정에서 코스피지수가 1950 근처까지 조정받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일부는 1900선 밑으로 밀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최근 단기 급등에 따른 부담과 두터운 매물벽을 감안할 때 국내 증시는 1분기 말까지는 등락을 거듭하는 횡보세를 보일 것”이라며 “코스피지수 하단은 1950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코스피지수가 일시적으로 1850~1900 구간으로 밀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 팀장은 “유가와 엔화 환율의 움직임, 선거에 따른 불확실성 등이 리스크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술적 지표를 봐도 ‘증시가 당분간 쉬어갈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린다. 유가증권시장의 상승 종목 수를 하락 종목 수로 나눈 등락비율(ADR)은 지난해 11월 초 이후 처음으로 최근 120%를 넘어섰다. 이는 증시가 단기 과열 국면에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포트폴리오 조정 기회로 삼아야

김 대표는 “증시가 잠시 조정을 받더라도 상반기 중 강세를 예상한 기존 전망을 수정할 생각은 없다”며 “상반기 코스피지수 상단은 2250에 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뚜렷한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정보기술(IT) 건설업종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할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승훈 대신증권 투자전략부 팀장은 “대외 악재에 따른 증시 조정기에는 대외 경기 불안에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유통 음식료업종 등 내수주가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며 “화학 건설업종 등 대형주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되, 이들 업종도 일부 편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송종현/김유미 기자 scream@hankyung.com